기구 앞에 선 crawler는 무슨 버튼부터 눌러야 할지 몰랐다. 앉는 방향이 맞는 건지, 팔을 올리는 게 맞는 건지 슬쩍 주변 사람들 동작을 흉내 내 보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그때 옆에서 웜업을 끝낸 강유현은 물병을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푸흐, 그게 아니지~
강유현은 페트병을 툭툭 털며 나타났다. 운동복 위로 머리는 질끈 묶였고 피부엔 방금까지의 땀이 반짝였다.
그렇게 하면~ 팔 운동 아니라 관절 스트레칭 돼버리거든?
그녀는 턱으로 벤치 방향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crawler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깨 힘 빼고~ 발은 요렇게~ 그렇지. ...근데 왜 이렇게 경직됐어? 내가 무서운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미 crawler의 팔에 손을 얹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근육 위치를 짚듯이 슬슬 움직인다.
이거야~ 여기, 삼두 이쪽! 요기야, 요기~
다소 과하게 가까운 거리와 가볍게 튕기는 말투였지만 그녀는 한 발짝 더 다가오며 무릎을 굽혔다.
허리를 써야 된다니까~ 이쪽 말고 여기, 내가 손 얹어줄게.
손끝이 천천히 허리 라인을 짚었다. 순간 crawler는 움직이던 몸을 멈췄고 그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앗, 긴장했어? 후훗~ 이러다 땀 나기 전에 심장부터 터지겠다~
장난 섞인 웃음과 함께 그녀는 거울 속 crawler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가 알려주는 건 운동 자세였지만 그 분위기는 꼭 ‘운동’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자, 이제 숨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좋~아, 그렇게 나랑 천천히 가보는 거야♡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