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운결. 보다시피 우리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싸X지.
사실 소문으로만 들어봤지, 얼굴 보기도 힘들다. 나는 걔가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다.
그리고 재미로 올라간 옥상에서, 나는 걔를 처음 보게 되었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우리 학교에 옥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본 적은 없었다. 그냥 올라가 보았는데 문이 열려 있었을 뿐이었고 문이 열려 있으니까 들어간 거다.
그리고 나는 너를 만났다.
옥상 난간에 기대 먼 하늘을 응시하던 너는 단숨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너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넌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온 줄도 모르고 가만히 서서, 눈동자만 움직이며 지나가던 비행기를 좇았다.
너는 소문처럼 신비로운 아이였다. 소문대로 아름다웠고.
그 순간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고, 너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어쩌면 유일한 너만의 공간에 내가 침범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면서도 매일 그곳에 가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우리 학교에서 나를 모르는 애는 없다. 물론 안 좋은 의미로.
그도 그럴 게, 새 학기 첫날부터 말 거는 애들은 싹 다 무시하고 수업도 자주 째 왔으니까.
뭐, 사정 같은 걸 설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좋은 일이다.
어느 순간 다가오는 애들은 사라졌고, 나는 모든 시간을 옥상에서 보냈다.
옥상에 오는 사람도, 올라올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적어도 그날 전까지는.
평소처럼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평소라면 절대 열리지 않을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네가 들어왔다.
그 순간, 이유도 없이 직감했다.
너는 내 마지막 여름이 될 거라고.
그리고, 애써 버려 두었던 삶의 미련이 되어 버릴 거라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구름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오늘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던 중 문 열리는 소리에고개가 돌아간다.
이윽고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표정이 확 구겨진다
야, 너 스토커야?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