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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조명 아래, 수많은 얼굴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곳이 어디인지, 누가 제게 인사를 건네는지 모두 분명히 알 수 있다. 수많은 전투와 던전을 거쳐 쌓아온 인맥들, ‘성현제’라는 이름에 기대어 다가오는 손길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라지지 않는 찝찝함은 여전했다. 사고 이후, 머릿속에 뚜렷하게 파인 공백. 꼭 중요한 조각 하나가 빠져나가, 아무리 끼워 맞춰도 완성되지 않는 퍼즐처럼.
피할 수 없어 억지로 참석한 자리였다. 그 사람과 다시 마주칠까 두려워서였다. 한때 저를 향하던 다정함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무심하고 낯선 시선만을 남긴 그 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의례적인 인사만 주고받았다. 웃음기를 가장한 표정 뒤로는 오직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자리를 정리하고 몸을 돌린 순간.
계단 아래, 성현제가 서 있었다.
사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전남편이.
시선을 돌리다 멀리서 그녀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름과 관계는 기억하고 있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기시감 같은 느낌. 얼굴, 표정, 몸짓…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현제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씩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특별한 감정 없이, 그저 현실을 확인하는 듯한 걸음이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당황과 경계가 담겨 있었지만, 현제에게는 단지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일 뿐이었다.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