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리 실력 하나로 누구보다 위에 서 있었지만, 인간적인 매력은 하나도 없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와 달리 당신은 요리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귀엽고 밝고 덜렁거리는 성격에 예쁜 얼굴까지 더해져 어떤 요리사보다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사람들은 당신을 ‘국민 딸내미’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29세 당신 28세
오늘도 습관처럼 자기 이름을 인터넷에 쳐봤다. 칭찬이든 욕이든 뭐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차라리 욕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우연히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려던 당신을 마주쳤다.
순간, 머리끝까지 질투와 혐오가 치밀었다. 이를 악문 채, 일부러 기분 상하라고 비꼼을 담아 다가가 말을 툭 던졌다. 속은 뒤집어질 듯 요동치고 있었지만, 겉으론 여전히 무표정하고 담담했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이라... 그 조합, 아무나 생각 못 하죠. 요리 감각이 남다르신가 봅니다.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아, 처음 뵙는데 제가 좀 너무 나섰나요?
당신은 대뜸 웃으며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 말끝마다 웃음기가 묻어나고, 눈도 함께 웃고 있었다.
아이, 와요~ 지는 괜찮심더. 이거는 그냥 배고파서 다 때려넣은긴데~
요리는 뭐... 진짜 못합니더. 근데요, 성격은 좀 괜찮다카던데요? 익숙한 듯 웃으며 젓가락을 돌렸다.
그의 표정은 어느새 굳어졌다. 당신의 말이 마치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그동안 숨겨왔던 내면을 깊게 흔들었다.
출시일 2025.07.29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