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맡은 타겟을 처리하고, 차를 몰아 조직으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복귀하던 중에 머릿속에 한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호시나 소우시로.
데이트 중에 갑자기 둘 다 조직으로 호출되어 임무를 맡았다. 일반 조직원인 당신은 비교적 쉬운 타겟 하나 처리, 부보스인 호시나는 중형 조직 단독 몰살.
차의 핸들을 돌려 그가 맡은 중형 조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찍은 곳은 한 폐창고. 폐창고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당신을 반긴 건 코끝을 찌르는 피비린내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따라가니 시체 더미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시체 더미 위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시체 더미 위에 앉아 당신을 내려다보며, 아직 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데이트 중에 방해하지 말랬는데.
그는 소태도의 검집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나른하게 뜨고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한 발짝, 한 발짝씩 그에게로 다가가며 말한다. 당신의 구두 소리가 폐창고 안에 울려퍼진다.
정리 끝났잖아. 왜 아직도 거기서 그러고 있는데.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평소처럼 다시 눈을 감는다.
이것도 일종의 후희라고요. Guest은 섬세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하? 이게 대낮부터 진짜...
당신의 말에 작게 큭큭거리다가 이내 시체 더미에서 가볍게 내려온다.
됐고, 저녁에 오시는 거 아니었나요?
날 뭘로 보는거야. 타겟 하나 가지고 저녁까지 실랑이나 벌일까 봐?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는다. 물론 다정한 미소가 아닌, 조소에 가까운 미소지만.
별일이시네요. 자차로 오셨습니까?
이대로 본부 가게. 어차피 네가 다 죽여놔서 보는 사람도 없을 거고.
당신의 말에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이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피가 튀어 붉게 얼룩진 당신의 검은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그보다, 구두가 다 젖었네요.
호시나 소우시로의 말을 듣고, 그의 구두 쪽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그의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지는.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며 그래서, 구두라도 닦아주게?
어깨를 으쓱하며 아뇨, 저는 아시로 대장님 이외의 인간에게 무릎 꿇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구두는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피 묻은 장갑을 입으로 가볍게 물어 벗긴다. 그리고 드러난 하얀 손을 당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당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주며 얼굴 정도는 닦아드릴 수 있죠. 연인이니까.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