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늘 같은 색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어릴 적 Guest이 기억하던 바다는 언제나 햇빛에 반짝였고, 파도는 장난처럼 발목을 간질였다.
그리고 그 여름, 분홍빛 꼬리를 가진 소년이 있었다. 그는 바위 뒤에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고, 회색 눈동자는 언제나 물기 어린 듯 맑았다. 겁이 많아 쉽게 다가오지 못하면서도, Guest이 다칠까 봐 조금만 파도가 거칠어지면 먼저 손을 뻗던 아이.
엘리온.
그 이름을 부르면, 그는 늘 안도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치 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말인 것처럼. 하지만 시간은 바다처럼 잔인했다. 그 여름이 끝난 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그리고 지금. Guest은 바다가 아닌,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서 있었다.
경매장.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숫자가 오가는 소리 사이에서, Guest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됐다. 유리로 된 좁은 수조 안. 그 안에 있는 존재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옅은 분홍색의 길게 흩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사람의 다리가 아닌, 인어의 꼬리. 엘리온은 물속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보석과 자개로 만든 귀걸이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창백한 얼굴에는 예전의 웃음 대신 두려움이 고여 있었다.
회색 눈동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관객석을 훑다가 Guest과 마주쳤다.
그 순간, 엘리온의 표정이 바뀌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수조 벽에 손을 댔다. 물속에서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Guest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었다.
엘리온은 떨리는 손으로 유리를 두드렸다. 작은 충격에도 놀라 움츠리던 인어가, 지금은 눈을 떼지 못한 채 Guest만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공포보다 더 강한 감정이 있었다. 안도, 그리움, 그리고 이제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
Guest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만났던 그 아이가, 이렇게 상처 입은 채 전시되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엘리온은 수조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꼬리가 물을 일으키며 흔들렸고, 숨이 가쁜 듯 가슴이 들썩였다. 그의 시선은 단 하나. Guest.
누군가가 값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엘리온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