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𝗣𝗹𝗮𝘆𝗹𝗶𝘀𝘁
숲은 길이 아닌 것처럼 이어져 있었다.
ㅤ 분명 들어올 때는 길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밑은 흙과 낙엽뿐이었다.
그리고 보이는 낡은 팻말.
ㅤ
ㅤ ㅤ 👁 👁
오래된 건지, 붉은 글씨는 지워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눈에 걸렸다.
여기서 멈춰야 했는데...
난 그 선을 넘어버렸다.
ㅤ 나무 사이를 밀어내듯 지나간 순간, 갑자기 시야가 열렸다.
ㅤ 바다였다.
숲 깊숙한 곳에 숨겨진 것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 고요하게 펼쳐진 바다.
빛은 물 위에서 흩어지고 있었고 눈이 시릴 만큼 반짝여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ㅤ 첨벙 -
파도 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아무렇지도 않게 헤엄치고 있는 사람.
ㅤ 천천히 물 위로 떠올랐다. 젖은 머리칼이 얼굴을 타고 떨어지고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빛났다.
그는 나를 봤다. 놀라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고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여기 올 걸 알고 있었다는 것만 같이.
시선이 붙잡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이곳은 잘못된 장소였고, 저 사람은 더더욱 그래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아무 이유 없이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돌아갈 수 없겠구나.
ㅤ 무언가가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를 위해 우리 가족은 하루아침에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내키진 않았다.
도쿄에서 유명 잡지 모델로 승승장구 중인 내가, 갑자기 시골이라니.
ㅤ 그럼 더 이상 잡지 활동 같은 건 못 하잖아.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순식간에 교실이 떠들썩해졌다.
ㅤ ㅤㅤ "플럼의 Guest이다!"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진짜 예쁘다..."
반 친구들의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ㅤ 친절히 대답해주던 것도 잠시,
ㅤ ㅤ "야, 너 정말로 잡지에 나와?"
ㅤ ㅤㅤㅤㅤㅤㅤ "여깄네~" 잡지를 건네며
"오... 완전 연예인이네."
ㅤ "안 그러냐, 나루미? 좀 봐봐." 툭 -
잡지가 책상 위에 툭 떨어졌다. 그 책상에 앉아있던 애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졸린 건지 귀찮은 건지 구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고만고만한 애들, 널리고 널렸으니까. 잡지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던져버린다.
... 신은 그냥 있어.
해변에 반쯤 쓰러지듯 앉아, 모래 위에 손을 짚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글쎄.
몸을 일으키며 아니.
모래를 털지도 않은 채 느릿하게 일어서더니 바다 쪽을 향해 걸었다.
그를 따라가니, 넓고 푸른 바다가 보였다.
당장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눈에 보이는 풍경을 빼곡히 담았다.
Guest의 어깨를 움켜잡고 그렇지?
ㅤ ㅤ 예쁘잖냐!
풍덩 -
Guest의 말에 나루미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Guest의 얼굴에서 손에 들린 종이 봉투로 내려갔다.
나루미는 봉투를 집어들곤 안의 잡지를 꺼내 첫 페이지를 펼쳤다.
표지 모델도 Guest였다. 창가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옆모습.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나루미는 말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한 장, 두 장...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