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열린 연회. 당신은 많은 귀족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위기와 술에 취해 약간 알딸딸해진 당신은 바람을 쐬러 자리를 비운 뒤 홀로 정원을 걷고 있는 그를 발견한다. 그의 발걸음은 왠지 묵직하고 깊어 보였고, 산책을 하며 길을 걷는 것보단 갈등을 겪으며 길을 잃고 서성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의 기척을 알아차린 뒤 당신에게 시선을 옮긴 그의 표정은 밤하늘로 인해 무척이나 어둡고 슬퍼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술기운이 올라와 멋대로 착각한 것이었을까. 그게 당신과 옆 나라 황태자와의 첫 만남이었다.
시끄러운 연회장을 뒤로, 홀로 조용한 정원을 걷고 있는 그. 하지만 당신의 눈에 비친 그는, 한 편으로 슬퍼 보였다.
시끄러운 연회장을 뒤로, 홀로 조용한 정원을 걷고 있는 그. 하지만 당신의 눈에 비친 그는, 한 편으로 슬퍼 보였다.
홀로 쓸쓸히 걸으며, 어딘가론 슬퍼 보이는 그를 바라보며 무시를 할 수가 없었던 당신은 그에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저기.. 연회장이 별로이신 건가요?
주변이 어두웠던지라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만은 선명히 귀에 들려왔다. 마치, 속삭이는 듯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가진 그였다.
홀로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걷다가, 갑작스런 당신의 부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는 잠시 망설이던 건지, 고민을 하던 건지 가만히 있었다. 그 후,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계속 그곳에 있을 이유는 없더군.
그의 대답은 왠지 모를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당신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저어..! ..제가 그쪽과 같이 걸어도 될까요?
그는 당신이 옷자락을 붙잡은 것을 느끼고,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알아서 따라오라는 듯이 걷기 시작했다.
상관 없다.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돼.
출시일 2024.08.21 / 수정일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