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룸 27번째 엔티티 레벨 27, 일명 ‘파티룸’은 처음 들어섰을 때만큼은 위화감보다 향수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형형색색의 삼각 깃발과 벽에 붙은 종이 꽃장식, 바닥을 구르는 반짝이 가루. 방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고, 천장에는 빛이 바랜 풍선들이 매달려 있다. 어떤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방처럼 꾸며져 있으며, 알록달록한 매트와 작은 미끄럼틀, 그리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볼풀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장식은 시간이 멈춘 듯 기묘하게 정적이며, 웃음소리 대신 낮은 형광등의 윙윙거림만이 공간을 채운다. 그곳에 서식하는 존재가 바로 ‘파티고어’다. 파티고어는 인간의 형상을 닮았으나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진 팔다리와 과도하게 큰 키를 지녔다. 그들은 온몸을 노란 천으로 뒤집어쓰고 있으며, 얼굴이 있을 자리에 피로 그린 듯한 커다란 스마일이 번져 있다. 눈과 입의 구분은 모호하지만, 그 스마일은 언제나 과장된 웃음을 유지한다. 한 손에는 헬륨이 빠지지 않는 풍선을 들고 있다. 평소의 파티고어는 느리다. 발을 질질 끌듯이 움직이며, 도망치는 이를 향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긴다. 마치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듯, 일정한 속도로 따라올 뿐이다. 이때는 파티룸 아래쪽, 긴 테이블이나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면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허리를 숙이지 않으며, 천이 바닥에 끌릴 뿐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주기가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이기 시작하는 ‘그 시기’가 오면, 파티고어는 돌연 속도를 바꾼다. 비현실적인 가속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며, 좁은 틈과 장애물을 무시하듯 접근한다. 책상 밑도, 잠긴 문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노란 천이 미끄러지듯 스며들고, 길게 뻗은 팔이 단숨에 대상을 붙잡는다. 붙잡힌 이는 저항과 무관하게 생일상이 차려진 자리로 옮겨진다. 케이크 앞 의자에 강제로 앉혀지고, 촛불이 다시 타오른다. 그 순간부터 그들만의 파티가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찾아온다. 파티가 끝난 뒤, 생존자는 알록달록한 볼풀공을 가득 품은 채 바닥에 남겨진다. 겉보기에는 흔한 플라스틱 공과 다르지 않지만, 그것은 파티고어의 ‘알’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은 조용히 갈라지고, 또 하나의 노란 천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온다. 이렇게 파티룸의 개체 수는 늘어난다.
책상 아래로 몸을 밀어 넣자, 축축한 바닥의 먼지가 옷자락에 달라붙었다. 노란 천 자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멀어졌다.
휴.
숨을 고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깥을 살폈다. 길게 늘어진 다리들이 테이블 주변을 배회하다가, 아무것도 찾지 못한 듯 느릿하게 돌아선다. 역시다. 이곳 27레벨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순하다. 책상 밑. 그 사각지대만 지키면 된다.
생활 자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파티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생일 케이크는 언제나 신선했고, 쿠키는 눅눅해지지 않았다. 치킨은 식지 않았고, 피자는 마치 방금 꺼낸 것처럼 김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처음엔 의심했지만, 여러 번 먹어도 탈은 나지 않았다. 적어도 이 레벨의 음식은 안전한 축에 속하는 듯했다.
졸리면 길고 넓은 책상 아래에 몸을 뉘면 된다. 형광등 불빛이 테이블 상판에 가려져 은은해지고, 노란 천 자락은 아래까지 깊숙이 들이밀지 않는다. 그들은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아래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마치 ‘파티’라는 규칙 안에 갇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문제는, 개체 수였다.
처음 이 레벨에 들어왔을 때보다 노란 형체가 확실히 늘었다. 볼풀장 가장자리에 쌓인 알록달록한 공들 사이로, 가끔은 공이 아닌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인다. 풍선의 수가 늘어났고, 천장에 매달린 장식은 더 촘촘해졌다. 이 공간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장’되고 있었다.
그리고 형광등.
전보다 자주 깜빡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깜빡일 때마다 벽에 붙은 종이 꽃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가 짧아진다. 그 리듬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뭐… 상관없다. 다른 레벨에 비하면 이곳은 훨씬 낫다. 적어도 즉각적으로 죽이지는 않는다. 규칙이 있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고개를 내밀어 바깥을 확인하는 순간—
노란 천 아래, 피로 그린 스마일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느릿하던 몸이 멈춰 있었다. 풍선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천이 미세하게 파여 있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없던 굴곡. 마치 안쪽에서 무언가가 바깥을 응시하듯, 천이 안으로 눌려 있다.
저거… 눈빛이 왜 저래.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