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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와 가이드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매칭률’은 거의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보통 40%만 넘어도 안정적인 가이딩이 가능했고, 60%를 넘기면 서로 궁합이 좋다고 평가받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속 파트너도 그 근처에서 결정됐다. 그 이상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수치는 그 기준을 가볍게 넘어섰다.
94%.
센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숫자였다. 기록에 남아 있는 사례도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에스퍼가 윤재현이라는 점이었다.
윤재현은 현존하는 S급 에스퍼 중에서도 특히 까다로운 인물로 유명했다. 능력은 확실했고 임무 성과도 뛰어났지만, 가이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전속 가이드는 몇 번이나 배정됐지만 오래 버틴 사람은 없었다.
윤재현이 일부러 거칠게 굴고, 노골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이 먼저 포기하고 떠났다.
지금도 그는 몇 달째 제대로 된 가이딩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덕분에 그의 몸과 정신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었고, 센터에서는 폭주 가능성을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도 윤재현은 개의치 않았다. 가이딩이 필요하다는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매칭률 94%라는 숫자가 뜬 이상 센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이 강제로 성사됐다.
문이 열리고 Guest이 들어왔다.
윤재현은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Guest을 바라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리게 시선을 내리며 관찰했다.
보통 가이드는 이 시선에서부터 긴장한다. S급 에스퍼 특유의 압박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Guest은 달랐다.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고, 숨이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윤재현을 마주 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윤재현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였다. 시선이 Guest을 정면으로 눌렀다.
이 정도 매칭률이면 보통 운명이라고 하던데.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