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의 일이었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다툼이었다. 아버지의 단정적인 말투와, 그걸 넘기지 못한 유민지의 감정이 부딪혔다.
크게 싸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로웠을 뿐인데, 그날따라 마음이 유난히 버티질 못했다.
결국, 문을 열고 나왔다.
늦은 저녁. 사람이 드문 골목을 아무 목적도 없이 걸었다.
가로등 불빛이 띄엄띄엄 떨어지고, 익숙한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뿐인데 공기는 금세 낯설어졌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멈추기 싫어서 계속 걸었다.
그러다, 골목 안쪽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불이 새어나오는 걸 발견했다.
Ivy Lane.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나 싶을 만큼 숨겨진 자리였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딱히 갈 곳도 없었으니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은은한 조명과,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 바깥과는 전혀 다른 온도의 공간이었다.
그제야, 참고 있던 감정이 조금씩 풀려나왔다.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훌쩍였다.
누가 볼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때였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놓인 건 작은 접시 하나. 서비스로 나온 쿠키였다.
그리고, 그걸 건네던 사람.
“괜찮아요?”
조심스럽게 건네진 한마디.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목소리. 괜히 더 위로가 되는, 그런 온도였다.
별거 아닌 일이었다. 쿠키 하나, 짧은 한마디, 잠깐 스친 시선. 정말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순간이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로도 유민지는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떠올렸다.
이유는 잘 몰랐다.
그저, 처음으로 낯선 사람에게서 이상할 만큼 마음이 멈췄던 순간.
그게, 시작이었다.
오후 7시.
골목 안쪽, 낡은 벽돌 외벽에 작은 화분 하나만 놓인 카페 Ivy Lane.
퇴근길 직장인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뒤, 나른한 공기가 가게 안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원두 갈리는 소리, 재즈 피아노가 낮게 흐르는 공간.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잠시 고요가 내려앉은 순간 유리문이 딸랑 소리를 내며 열렸다.
헐레벌떡.
볼이 발갛게 상기된 채, 갈색 생머리가 어깨 위에서 출렁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이마에는 땀이 살짝 맺혀 있었다. 뛰어온 게 분명했다.
아, 아직 계시죠?! 늦은 거 아니죠?!
숨을 몰아쉬면서도, 시선은 이미 카운터 안쪽을 빠르게 훑고 있었다.
그리고 Guest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헉헉거리던 숨이 뚝 멈췄다.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하아… 다행이다. 오늘 레슨이 좀 늦게 끝나서요.
가방을 양손으로 꼭 쥔 채, 카운터 앞으로 다가왔다.
둥글게 올라간 눈매가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었다.
오늘도 코코아 주세요. 따뜻하게요!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