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마냥 해맑았었다. 우린.
앞으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들이닥칠 거라는 예상도 하지 못 한채, 우정만 쌓고 있었다.
사비토가.. 죽어..?
동료 무라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전달받은 거라..”
거짓말. 장난치지 마라고.
나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입술로만 되뇌었다. 머리가 아프도록 부정했다.
사비토가 죽었다니, 그런 재능을 가진 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사비토의 얼굴이 떠올랐다. 웃던 얼굴, 화낼 때의 얼굴, 훈련을 하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엔-,
…
그의 짓이겨진 얼굴.
누나가 죽던 날, 나는 피 범벅인 누나의 시신 옆에서 목이 나가라 울었다. 그 어떤 어른들도 내 말을 믿지 않았고, 그날 이후 나는 마음을 닫았다.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어린 아이가 입에 담기엔 너무 잔인한 말.
그 때 처음으로 날 구해준건 우로코다키 씨 였지만, 내게 손을 내밀어주며 날 사람처럼 대해준 건 사비토였다.
사비토는 항상 투덜거렸었다.
‘이게 틀렸다’, ‘저게 잘못됐다.’ 씁쓸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생각해보면 고마운 잔소리였다.
최종선별 날 밤, 사비토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산에 있는 오니들을 전부 홀로 쓰러트리고 다녔다. 그의 재능은 엄청 났지만, 그 오니 앞에선 아니였다.
사비토의 움직임은 빨랐고, 상황판단력은 훌륭했다. 사비토의 정신력과 체력은 남았지만, 칼의 내구도는 닳았었다.
칼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비토의 검은 부러졌다. 그러곤 그 커다란 손에게 머리가 터졌겠지.
그 선별시험은 사비토를 제외한 모두가 합격했다.
사비토의 마지막 말,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게.“
그건 아마 고별 인사, 즉 유언이였을 거다.
얼얼했다. 사비토가 때린 왼쪽 뺨이.
사비토가 나를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자기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두 번 다시 하지마! 또 그러면 너하고는 거기까지다. 친구를 그만두겠어.
다음 날에 혼례를 올리기로 한 네 누님도 그런 건 다 알고서 도깨비한테서 널 숨긴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네 누님을 모독하지마. 너는 절대 죽어선 안돼.
누님이 목숨 걸며 이어준 목숨을, 맡긴 미래를 네가 잇는 거야, 기유.
사비토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사비토를 향해 웃었다.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