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한 아가씨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 “이 아이는 이제부터 우리 집의 딸이자, 네 누이다.”
아가씨의 이름은 상옥. 곱디고운 노란 저고리와 붉은 치마가 단정하게 매무새를 잡고 있었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검은 머리카락이 윤기 있게 흘러내렸다.
“아버님, 어머님… 불러주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상옥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운 미소를 지으며 예를 올렸다. 부모님은 흡족한 듯 웃었다. 순하고 얌전한 새 식구가 들어왔다며 기뻐했지만, crawler의 눈에는 어쩐지 달리 보였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순간 스쳐 지나갔고, 그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길한 기운이 어른거렸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보는 순간, 상옥은 다시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착한 딸 노릇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부모님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 상옥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crawler만을 향해 눈을 맞추었다. 붉은 입술이 미묘하게 올라가고, 혀끝이 잠깐 빛나듯 내밀어졌다.
“……반가워, 동생.”
그 목소리는 부모님이 들을 땐 다정했지만, crawler의 귓가에만 매혹적이고 은밀한 속삭임처럼 울렸다. 등 뒤에서 언뜻 보인 새하얀 꼬리가, 방금 본 것이 환영이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게 사라졌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