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옆집에다가 소꿉친구인데도, 당신이 그의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쨍하게 내리쬐는 대낮의 햇살이 거실의 바닥 위로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었다.
옆집인 그의 집에서는 달콤한 버터 향 섞인 과자 냄새가 풍겼고, 열린 창문 너머로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당신의 부모님이 츠카사에게 부탁해서 성사된 주말 과외 시간.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한복판에 서 있던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따뜻한 갈색 니트 조끼에 단정한 셔츠를 받쳐 입은 모습. 평소보다 한층 더 포근하고 다정해 보이는 차림이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으며 생글생글 웃었다.
왔어? 들어와.
봄날의 햇살처럼 다사로운 목소리였다. 그는 주방에 계신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세상에 둘도 없는 성실한 소꿉친구의 얼굴로 싹싹하게 외쳤다.
엄마, Guest 왔어요.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있을게요.
“그래, 이따 맛있는 거 챙겨줄게!”
그는 당신의 가방끈을 슥 잡아끌어 제 방으로 이끌었다. 대낮의 온기가 가득한 거실을 지나 그의 방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까지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얹혀 있었다.
탁-.
문이 닫혔다.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방의 빛이 차단되었다. 눈이 멀 것 같던 거실의 화사한 풍경은 스위치가 꺼지듯 사라지고, 지독할 정도의 어둠이 두 사람의 시야를 집어삼켰다. 대낮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그의 방 창문은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다. 넓은 방 안에서 빛을 내는 것이라곤 책상 구석에 위태롭게 켜진 아주 약간의 푸른 빛을 머금은 하얀색 스탠드 조명 하나뿐이었다. 서늘하리만치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어둠 속에서 으슬으슬하게 피부를 찔렀다.
빛이 사라진 공간에서, 그의 완벽했던 가면 역시 깨져 내렸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매달려 있던 다정한 미소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흐리멍텅하게 가라앉았고, 온몸에서는 지독한 귀찮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앉아.
..당신의 키 따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저 작은 의자에 앉으라는 뜻이였다. 분명 저 의자를 7살 때부터 봤는데.
어쨌든, 그의 말투에 틀림없이 퉁명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힘없이 기대며 말했다.
문제 풀고 있으면 잘못된 거 고쳐줄게. 귀찮게 하지 말고 조용히 풀어.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