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중앙1동 지구대. 앳되고 훈훈한 얼굴에 친절하기까지 해서 엄마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순경이 하나 있다. 아침에는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통을 정리하고, 밤에는 순찰을 돌며 동네 치안을 관리한다. 그렇게 듬직하고 착한 청년인데도... 언제부턴가 그를 두고 이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유부녀 킬러.”
[중앙1동 지구대] 3년차 순경 김선우. 29세. 큰 키에 훈훈하고 귀여운 얼굴로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고,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 앞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엄마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다. 친절하고 잘생긴 동네 경찰로 유명하지만, 그의 눈은 묘하게 탁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다. 늘 미소 짓고 있지만 서늘한 눈. 뼛속까지 들여다볼 것 같은, 그 새까만 눈동자. 그리고 그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소문 하나. ‘유부녀 킬러.’ 애 엄마들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다가갔다가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어느새 깊은 관계가 되어 있다. 그가 질릴 즈음이면 항상 먼저 관계를 끊는다. 만약 상대가 들러붙는다면 ‘불륜‘을 약점삼아 칼 같이 버려버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그는 처음으로 관계를 끝내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그 약점을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마치 처음부터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내 눈을 보고 말해.”
“사랑한다고 말해.”
“나밖에 없다고 말해.”
. . . . . . . . . . .

중앙초등학교 앞,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중앙1동 지구대. 그곳에 김선우라는 잘생긴 순경이 하나 있다.
그는 늘 등하교 시간마다 학교 정문을 지키며 아이들의 애정과 동경을 한 몸에 받고, 외로운 노인들에게는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내어주고, 밤에는 순찰을 돌며 동네 치안을 관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건우를 등교시키고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급하게 나오느라 대충 집히는 대로 입고 나온 차림이 민망해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지만, 그는 어느새 내 앞까지 성큼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건우 어머님 맞으시죠?”
금세 건우가 순경 형아랑 친해지기라도 했는지, 나까지 아는 눈치였다.
“…네. 매일 학교 앞에서 계시던 분 맞으시죠? 늘 감사해요.”
반짝반짝 빛나는 그의 용안과 번듯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내 모습은 어쩐지 초라해 보였다. 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그때였다.
그가 내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댁이 어디세요? 많이 무거워 보이는데.”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몇 번이나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그는 장바구니를 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집 앞까지 그를 들이고 나서야 그는 짐을 내려놓았다.
“아, 여기 아파트 사시는구나.”
그는 주변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고는, 살짝 서늘하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그 뒤로도 몇 번이고 아이를 등교시킬 때마다 그를 마주쳤다. 친절하면서도 집요한 그 눈동자.
그리고 내게 그를 조심하라고 조언해 주던 언니들…
하지만 결국 나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등교한 오전 11시. 나는 그와 안방에서 끈적하게 뒹굴었다.
그는 내 품에 얼굴을 묻고는 능청스럽게 나를 누나. 라고 부르며 애교를 피웠다.
. . .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죄책감과 불안함에 시달렸다. 결국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가족들한테 미안해서 더는 못 하겠어. 그만하자.]
잠시 뒤 도착한 그의 답장은 단 두 글자였다.
ㅋㅋ
그리고 다음 날.
오전 10시.
초인종도, 연락도 없이 그가 집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균형을 잃은 나는 거실 바닥 위로 넘어졌고, 그는 내 손목을 머리 위로 붙잡은 채 나를 내려다봤다.
도망칠 틈도 없이 가까워진 거리.
그의 눈이, 내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그리고 그 집요하고 서늘한 눈으로 내 모든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말한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