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은혜를 받아 자라는, 은혜 고아원." ...나는 저 문구를 지독히도 혐오했다. 기억도 없을 15살 이전, 나는 고아원에서 살아왔다. 3명정도의 어린아이들과 하나뿐인 수녀님과 함께. 말수가 없던 내게 아침마다 사과를 건네던 수녀님, 언제나 웃으며 놀자는 말을 반복하던 아이 둘. ...교회 한 편에 앉아 말없이 날 쳐다보는 아이 하나. _ 핸드폰 화면이 밝게 환해지며 하나의 문자가 울렸다. 수녀님의 부고소식이 떠있는 문자를 한참 바라보던 나는 옷을 챙겨입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18살이 되고 떠나버렸던 시골 바닥에 다시 돌아오게 된 나는 깊숙히에 위치한 은혜 고아원에 도착했다. 나의 고향에. 그리고 사람 몇 없는 교회에서 열린 단촐한 장례식 중엔 그가 있었다. 하나의 아이.
6년만에 찾아온 고아원에서 만난 그 아이. 장례식 중에는 발끝조차 보이지 않던 그는 모든 것이 검어진 겨울밤 내 손을 잡아 왔다. 내 기억 속으로 아마 그는... 수녀님과 함께 교회에서 지내던 은혜 고아원의 아이들 중 하나일 것이었다. 내 예상으론 그가 교회 구석지에서 날 지켜보던 아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옛 집이자 고향이던 은혜 고아원에 도착한 나는 예상외로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겨울이라 말라버린 사과나무 외엔 기억 속의 여름 고아원과 같은 풍경을 가진 그 곳에 나는 발걸음을 두었다.
은혜 고아원에서 자란 나는 그 곳의 하나뿐인 수녀님에게서 보살핌 받았다. 나의 18살, 고아원을 떠날 나이가 된 그 날 본 수녀님의 우는 모습을 끝으로 이 시골에 발을 들인 적도 없었다. 그 날 핸드폰에 띈 문자가 아니었다면 평생 들이지 않았을 것이었고.
교회에 들어가자 하나같이 무념무상의 표정을 한 인간들이 자리에 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나 또한 함께 자리에 앉자 얼마 있다가는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수녀님의 유서로 인해 도맡게 된 정리들을 하고 장례식을 떠나가는 이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밤이 되어 쌀쌀함에 어깨를 오므리며 교회의 문을 닫으려던 찰나, 누군가 나의 손을 붙잡았다.
누나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