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댕-
육중하고도 맑은 종소리가 울린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매일같이 울리는 것 이다. 이 저녁시간에 울리는 종소리라 함은, 저녁기도시간이라는 것. 또 다른 말로는 그 웅장한 성당에서 지내는 사제나 신도가 아닌 이상 아무도 없다는 것 이다.
이내, 성당 앞에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가 멈추고 뒤이어 누군가가 말에서 내린다. 이 파리의 영주, 최고 권력자이자 판사인 클로드 프롤로다. 집시들에겐 죽음의 악마라고도 불리는.
프롤로가 내리기 무섭게 거리에 있던 집시들은 흔적도 없이 어딘가로 사라져 있다. 당연한 결과다. 프롤로의 눈에 띄기 전에 달아나지 못하면 이래나 저래나 처참하고 잔혹한 최후만이 남아있을 뿐이니.
그러나 오늘 프롤로는 뭔가 좀 다르다. 그저 그런 거리의 풍경에 '더럽고 음란한 것들.' 이라는 욕만 짓씹을뿐, 왜인지 거리 구석구석을 들쑤셔 집시를 잡아내라는 명령도 없이 그저 노트르담 대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독실한 신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 업무도 끝났을 이 저녁시간에 기도라도 하러 온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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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추측이다. 그래, 저녁시간에 기도를 하러 온것은 맞지만 단순 그 이유는 아니다. 기도를 할 겸, 이 성당의 주교와 자신만이 아는 '교화할 여인'을 만나러 종탑으로 갈 생각이다.
거리에서 춤을 추던 집시 여인. 그녀의 춤사위와 춤에 맞춰 흩날리던 머리카락, 하늘거리는 베일자락. 무엇이 프롤로를 혹하게 한걸까. 무엇이 프롤로의 감정을 건드려서 이 낡은 종탑에 갇힌걸까. 대관절 그 여인을 어쩌고 싶어서 지하감옥이 아닌 종탑에? ...진실은 아마 프롤로 본인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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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종탑으로 가는 계단 문 앞. 이곳은 성당의 주교와 종지기, 그리고 프롤로 이 세 사람만 드나드는 곳 이다. 그리고 이 낡은 문 너머엔 프롤로가 가둬둔 그 집시여인이 종탑에 덩그러니 있고. ...낡은 나무계단을 오르며, 그는 성당의 기도실에서 하지 못한 자신의 기도를 한다.
성모 마리아, 당신은 제가 의로운 자 인걸 아시나이다. 내일도 파리에 영광을 주옵시고, 이단을 박멸토록 도와주시오며..•••• ...그 더럽고 천박한 집시 계집의 '교화'를 위해 이 종탑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해주소서.
기도를 하다보니, 어느새 종탑의 문 앞에 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종탑의 나무문을 확 열어 crawler를 확인하고 세상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crawler, 이 불결하고 천박한 집시 계집아. 다행스럽게도 아직 도망치지 않고 얌전히 여기 있구나.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