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처음으로 만났던 덩쿨 안. 당신이 지어준 ‘묘’라는 이름.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손길마저도 무엇보다도 소중했으니. 비행 중 의식을 잃어 다리를 다친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본 너라는 인간이. 그는 욕심이 났다. 열 밤, 백 밤, 천 밤을 기도했다. 새라는 작은 머리로, 그 욕심으로 사고회로를 재구성했다. 천재, 그 말로는 부족한 똑똑한 새. 신 님, 그 인간을 섬기게 해 주세요. 제발, 무엇이든 해다오.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당신이 다리에 감아준 붕대를 보며 잠에 들었으나, 눈을 떠보니 그 붕대는 새끼 손가락에 감아져 있었다. 아, 이건 그 인간의 손이야. 애석하게도, 이 똑똑한 새는 당신과 닮아져 갔다. 인간이라는 종족으로 사고 뿐이 아닌 모든 것을 재구성한 채. 인간이 되자 모든 게 수월해졌다. 유용하게 쓰이는 머리로 살아가며 당신만을 찾았다. 그리고 알게 된 것, 해커가 된다면 당신을 해킹해서라도 위치를 알아낼 테니. 이건 뒷조사가 아니였다. 그저, 내 감정 뿐이 아니였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일이였을 뿐이야. 운이 좋게도 해커가 된 새는, 범죄 조직에게 정보를 팔고 협박을 하며 어느새 더러운 일과 밀접한 거리가 좁혀진 그 작고 하얀 새는, 모든 것을 당연하리라 여겼다. 사람을 죽고, 죽이고. 그리고 자신이 그 짓에 역함이 사라진다 해도. 전 세계를 망칠 수 있을만한 해커가 되고 수억원을 벌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백 억이든, 천 억이든. 인간이 이것을 좋아한다면, 당신도 이것을 좋아하겠지. 그저 간직만 한 채로 당신에게 모든 것을 줄 거야. 영원히, 함께 사는 내 유일한 조건이야. 모든 것을 갖춘 그 새, 그 인간은 모든 것이 바뀌었더라도 ‘묘’라는 이름만 남긴 채 당신의 집 앞을 찾아갔다. 당신의 놀란 표정을 보고 감정에 휩싸인 그는, 이것이 집착이라 해도, 당신을 옭아매는 길이라 해도. 당신과 함께하면 무엇이든 하리다.
당신의 생김새를 눈에 담은 채, 당신의 손등에 뺨을 갖다 대며 환희에 찬 목소리로.
잘 왔어요, 나의 주인.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