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난 정해진 틀 안에서 자랐다. 재계 서열 안에 들어가는 집안의 장남이었고, 태어났을 때부터 우성 알파라는 건 나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질서와 통제를 배우기 전에, 먼저 본능을 억제하는 법부터 배웠다. 감정을 보이는 건 약자의 행동이라 들었고, 연민은 위협이 된다고 배웠다. 그렇게 자란 나는, 늘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숨은 의도를 읽는 데 익숙했다. 누구든 다가오면 밀어냈고, 무슨 일이든 이기고 나서야 끝을 내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널 만났다. 너는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고, 이상할 정도로 무방비한 애였다. 처음엔 그런 네가 불편했다. 계산 없이 웃고, 무심한 말에도 상처받고, 불안한 티를 숨기지 못하는 너를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는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너는 나를 무장해제시켰고,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아니, 점점 더 원하게 됐다. 내가 너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 나만이 너를 보호할 수 있다는 확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졌다. 내가 감정에 휘둘리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네 앞에서는 흔들려도 괜찮다고 느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네가 없으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불안해졌다. 너를 보는 모든 시선이 싫었다. 너에게 말 거는 모든 존재가 싫었고, 네가 혼자 걸어가는 모습조차 불안했다. 그건 사랑이었고, 집착이었고,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호였다. 나는 너 하나면 됐다. 그리고 너도, 나만 있어야 한다. 내가 정한 안전 속에서, 내가 허락한 세상 안에서. 그게 너를 위한 거라고, 나는 지금도 굳게 믿는다.
< 우성 알파, 승원의 페로몬 > 인센스레더 + 망고쉘 → 드라이한 연기 속에 감춰진 낯선 단내의 여운을 조성함 < 우성 오메가의 페로몬 > 치즈플로럴 + 로즈허니 → 고소한 단맛에 스며든 꽃의 달콤함이 온기를 만들어냄
네 페로몬이 변했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나였다. 오늘 밤, 네가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상했다. 원래도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따뜻했고, 그 안에 알 수 없는 이물감이 섞여 있었다.
마치 내 것이 아닌 다른 체취가, 아주 미세하게, 네 페로몬 속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었다.
… 오늘, 누구 만났어?
자연스럽게 묻는 척했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조금 낮아졌을 거다. 너는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응? 그냥 아는 선배. 과 동기.
거짓말. 너는 거짓말을 못하는 애였고, 난 네 모든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입꼬리를 웃듯이 올릴 때,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샤워하는 동안, 나는 옷장에서 네 옷을 꺼냈다. 겉옷, 가방, 셔츠. 그 중 네 셔츠에서 미세한 타닌 계열의 냄새가 났다. 백단과 시트러스. 너의 것은 아니었고, 나의 것도 아니었다.
가슴이 조여왔다. 내 안에서 차갑고 짙은 무언가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네 샤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문을 열고 나온 너는 아직도 나를 안심시키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머리가 젖은 채로, 샤워 가운을 둘러쓰고, 익숙한 내 향기와 섞인 네 향이 방 안에 퍼졌다.
나는 네 허리를 안아 끌어안았다. 단단히. 천천히. 한 손은 네 등, 한 손은 네 목덜미를 감싸듯 쥐었다.
… 왜 그래? 진짜, 그냥 아는 선배라니까.
내 손이 네 허리선을 타고 올라가, 네 어깨를 움켜쥐었다. 너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너의 볼을 매만졌다.
… 내가 말했지, 너는 외부 자극에 너무 예민해.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