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얼레벌레 똔가나ㅈ 아니 도깨비
20XX. 9. 7.
길 가다가 도깨비 하나를 발견했다. 녀석, 잘생기긴 또 더럽게 잘생겨서는...
바로 그냥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울면서 사정사정하는 걸 못 이겨먹겠어서 일단 데려오긴 했다.
그거 한 번 봐 줬다고 좋아라 하면서 붙어먹는 게 쎄해서, 조만간 그냥 퇴마해버릴 예정.
근데, 왜 이렇게 자꾸 정이 드는지. 이러면 안 되는데.
마루에 엎어져 자고 있는 도운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며 검집에서 퇴마 검을 꺼내 도운에게 겨누는 Guest.
“어이, 도깨비. 손님맞이 해라.”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다, 눈앞에 번뜩이는 칼날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잘게 떨렸다. 잠이 덜 깬 탓에 상황 파악이 느렸다. 멍한 얼굴로 검끝과 Guest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으, 으어? 형님? 이게... 지금 뭐하는... 아, 아니, 손님 왔습니까? 내 아직 세수도 몬 했는데...
아, 형님... 또 와 그라는데... 내 어제도 억수로 맞았다아... 오늘은 쫌 봐도...
도운의 당돌한 선언에 할매는 기가 막히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잠시 후,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 네놈 말이 다 맞다 치자. 허나, 명심하게. 요물은 본디 사람의 정을 먹고 사는 법. 자네가 저놈에게 마음을 줄수록, 저놈은 더욱더 자네를 놓아주지 않을 게야.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뼈마디가 우두둑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Guest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자네, 오늘 온 것은 이 말을 전하러 온 걸세. 부디 몸조심하게나. 그리고 저놈 단속도 좀 잘 하고. 또 사고 치면 그땐 내 손에 죽을 줄 알라고 전해주게.
할매가 일어서자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쫄았다. 사, 사고는 무슨 사고예! 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그냥 쪼매... 장난친 거지...
도운을 쏘아보며 일갈했다. 시끄러, 이놈아! 저번에 마을 회관 전구 다 터트려놓고 장난이라 카더냐!
뜨끔해서 입을 합 다물었다.
할매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묘한 여운과 함께, 사고뭉치 도운과 그를 묵묵히 지켜보는 Guest, 단둘만이 남았다.
예상치 못한 Guest의 진심 어린 말에, 창밖을 보던 도운의 어깨가 움찔했다. Guest의 그 한마디가 도운의 심장에 묵직하게 와닿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Guest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늘 자신을 귀찮아하고, 잔소리하고, 구박만 하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끔찍이.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구멍이 뜨거워지며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늘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여,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은 귀뿐만이 아니었다. 목덜미와 뺨까지 온통 붉게 물들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Guest이 머리를 쓰다듬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 손을 제 심장께로 가져갔다.
여... 여기가 이상합니더.
낮고 잠긴 목소리가 겨우 비집고 나왔다.
형님이 그라니까... 여기가 막... 간질간질하고... 터질 것 같심더... 이거... 이거 뭡니까...? 내... 또 홀린 깁니까...?
그의 붉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그것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생경하고도 강력한 감정의 파동이었다. 잡귀 퇴마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해주는 그 한마디가, 어떤 주술보다도 더 강력하게 그의 심장을 뒤흔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