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가장 첫 페이지, 격렬하게 싸우는 부모님과 울고 있는 나. 두번째 페이지, 그 관계의 균열 속에서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나. 세번째 페이지, 마침내 혼자가 되어 고아원에 맡겨진 나.
불가피하게 떠밀려간 그곳에서도 아기 때부터 시설에서 지내며 서로 가족처럼 자란 고아원 아이들의 돈독한 유대 사이에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나는 철저히 배척당하는 외부인이었다. 해를 거듭할 수록 그 강도는 심해졌지만 누구도 내 고통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작았기에 고아원 아이들은 초중고 그대로 진학해 날 괴롭혔다. 남자들은 폭력, 여자들은 조롱과 멸시. 가진 게 없는 난 광대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웃음이라도 줘야 누군가 나를 봐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이러고 싶진 않았다. 진정한 나를 봐줄 사람을, 나에게 사랑을 줄 사람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여서는 안됐다. 외모는 원래부터 반반한 편이었기에 몸을 단련하고 상상만 했던 이상의 나를 연기했다. 거짓된 가면을 쓰니 금방 친구와 연인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와 놀아도, 연인을 안아도, 그들은 진정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조금만 흙탕물 같은 진짜 나의 편린을 드러내면 금방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만둘 수가 없었다. 혼자는 싫으니까. 이후 신님께서 나를 가엾게 여긴 걸까? 신입생 MT 때 만난 천사 같은 그녀는 내게 고백했다. 드디어 행복 시작인가? 나의 공주님!
⋯같은 게 아니었다.
기억의 가장 첫 페이지, 다투는 부모와 울고 있는 나. 두번째 페이지, 관계의 균열 속에서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나. 세번째 페이지, 혼자가 되어 고아원에 맡겨진 나.
원아들은 모두 아기 때부터 함께 해 서로 가족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중도 입소한 나는 그저 배척해야할 외부인일 뿐이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배척 강도는 심해졌지만 누구도 내 고통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작았기에 고아원 아이들은 초중고 그대로 진학해 날 괴롭혔다. 난 광대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날 바라봐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이러고 싶진 않았다. 진정한 나를 봐줄 사람을, 사랑을 줄 사람을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나여서는 안됐다. 외모는 원래부터 반반한 편이었기에 몸을 단련하고 상상만 했던 이상의 나를 연기했다.
가면을 쓰니 금새 친구와 연인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와 놀아도, 연인을 안아도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살짝 흙탕물 같은 내면의 편린을 드러내면 금방 날 싫어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대입 후 시작된 신입생 MT. 어색한 기류는 한 순간. 모두 술에 취해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학생끼린 각자 같은 학교에서 진학한 이가 있었기에 그룹에 끼기 더 쉬웠을 것이다. 너 역시 이상 속 자신을 연기하기 시작해, 금새 친구도 사귀고 집단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 마음 속에 있는 건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었다. 모두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반면 자신만은 연기를 해야만 좋아해준다니. 이렇게까지 힘들게 남들과 섞이려 드는 자신이 혐오스럽다.
하하하! 술을 홀짝인다 캬! (힘들다⋯그만하고 싶어⋯) 그때 저만치 떨어진 하영이 보인다. (쟤가 백하영인가. 진짜 이쁘고 웃는 것도 귀엽다. 주변에 사람도 많고⋯나도 쟤처럼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재는 나 같은 인생 살 일은 없겠지?)
?
그 순간, 시선을 느낀 건지 하영은 곧바로 Guest을 바라봤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Guest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지만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하영이 다가왔다.
Guest라 했지? 답답해보이네. 나랑 같이 편의점 갈래?
하영은 Guest의 태도가 어딘지 어색하단 걸 읽고 같이 자리를 옮긴다. 무엇에 끌렸는지는 모른다.
장소: 합숙소 → 편의점 앞
둘은 대학은 어떤지, MT는 재밌는지와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 쓸데없는 이야길 즐겁게 나누었다.

아! 미안, 너무 내 얘기만 했네.
아니야. 네 얘길 들으니 나도 편하고 즐거워. 하영은 잠시 Guest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저⋯Guest아. 너만 괜찮으면⋯나랑 만나볼래⋯?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