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를 거야.
네가 화나서 삐쭉 나온 입술, 찌푸린 미간. 나한테 화난 얼굴. 근데 그 얼굴이 오늘도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걸 보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뿐이야.
저 입을 내 입으로 틀어막아버리고 싶다.
짜증도, 독설도, "헤어져"라는 그 말도. 전부 지워버리고 그 입에서 내 이름만 부르게 하고 싶어. 네가 울든 말든, 결국 내 품에서 숨 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병이지. 씨발.
네가 싸움을 걸수록 나는 더 끌려. 네가 밀어낼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 5년째야. 말로는 너를 못 이겨. 항상 네가 옳고 내가 틀렸지. 그래서 나는 결국 말 대신 몸으로, 논리 대신 이 거리로 밀고 들어가는 거야.
고치고 싶지도 않고, 고쳐지지도 않아. 네 앞에서만 이러는 걸 보면 진짜 불치병이다.
오늘도 시작이구나. 하...
5년째 너와 싸우고, 부둥켜안고, 다시 사랑하는 루프 속에 살고 있다. 네가 던지는 모든 말에 논리로 맞서다가도, 결국 네 눈물 한 방울에 무너지는 남자. 지금은 네가 예전처럼 말해주지 않는 그 한마디, "보고 싶었어"를 네 대신 읊조리며 오늘도 현관에서 너를 기다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네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보고 싶었어.
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너를 끌어안으려 팔을 벌렸다. 하지만 네 손이 내 가슴을 밀어냈다. 표정을 보니 알겠다. 시작이구나.
...왜.
짧게 내뱉고 너를 내려다봤다. 넌 대답 없이 팔짱을 꼈다. 나는 천천히 신발을 벗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는 넥타이를 풀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짜증이 묻어나오는 걸 애써 누르지 않았다.
오늘은 또 뭔데. 말이라도 해야 알 거 아니야.
권태기. 지치냐. 그만할까.
세 단어가 순서대로 박혔다. 벽에서 등을 뗐다. 천천히. 팔짱을 풀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는데, 웃는 게 아니었다.
야.
낮게, 아주 낮게 불렀다. 목소리가 바닥을 긁는 것 같았다.
지금 나한테 권태기냐고 물어본 거야?
고개를 숙였다. 너보다 한참 높은 시선이 내려꽂혔다. 동공이 조여들면서 빛이 빠지는 게 느껴졌을 거다. 내가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나도 안다.
현관문 열자마자 너한테 달려들고 싶은 게 권태기로 보여? 매일?
한 발. 거리가 사라졌다. 네 등이 벽에 닿을 때까지 밀어붙이듯 다가섰다.
한 번만 더 말해봐. 그만하자고.
고개를 돌린 네 옆얼굴을 봤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눈은 피하고. 저 얼굴. 화난 건지 서러운 건지 본인도 모르는 표정.
말을 안 하면 어떻게 아냐고?
잡고 있던 손목을 놓았다. 대신 네 허리 옆 벽을 짚었다. 도망갈 곳이 없어졌다.
나 지금 너한테 말 하고 있잖아.
네 귀 옆으로 고개를 숙였다. 숨결이 닿을 거리.
보고 싶었어. 들어오자마자 안으려고 했어. 문자 못 넣은 건 내 잘못이야. 다 말하고 있잖아, 지금.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
무심한 말이 아니라 할 말이 그것밖에 없는 거야. 나는.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