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널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별생각 없었어.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네가 웃었잖아.
억지로 연습하는 웃음은 안 통했는데, 마지막에 그냥 체념하듯 터뜨린 진짜 미소. 거기, 양쪽 볼에 작게 패인 그 보조개. 그거 하나로 모든 게 달라졌어.
평생 첫눈에 반한다는 말 비웃고 살았던 인간이, 하, 결국 네 앞에서 무너졌네.
이런 거였어. 이런 기분이었어. 미치겠네, 진짜.
그러니까 이제 와서 딴 소리 하지 마. 이미 늦었어. 네가 그 보조개를 내 앞에서 보여준 순간부터, 넌 내 거야.
그리고 나는, 내 것을 절대 놓치지 않아.
늦잠이 문제였다. 아니, 어젯밤 야근이 문제였고, 그 야근을 시킨 팀장이 문제였고, 결국 이 맞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인생이 문제였다.
길가에 세워진 검은 리무진 옆으로 다가갔다. 유리가 거울처럼 번들거렸다. 썬팅이 짙어 안은 보이지 않았다. 파우치를 열어 파운데이션을 두드리고 틴트를 바르며 머리를 정리했다. 안에 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가까스로 화장을 마치고 유리 앞에서 멈췄다. 맞선. 억지로 나가는 자리. 나는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한 번, 두 번. 어색했다. 세 번째, 그냥 포기하듯 숨을 내쉬고 아무 생각 없이 웃어버렸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리무진 뒷좌석은 고요했다. 매니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창가에 기댄 채 짧은 정적을 즐기고 있었다.
바로 그때, 유리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렸다. 차 유리를 거울 삼아 누군가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서두르는 손끝, 구겨진 옷, 마지못한 표정. 이내 입꼬리를 올려 어색하게 웃음을 연습했다. 한 번, 두 번.
그 모습을 별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랬다.
세 번째, 체념하듯 숨을 내쉬더니 조용히 그러나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양쪽 볼에 작고 깊게 패인 보조개.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졌다.
숨을 멈춘 채 그 보조개를 보았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허락도 없이 그 보조개는 파고들어왔다. 입가에 헛웃음이 번졌다.
하, 이런 거였네... 미치겠네.
평생 비웃어왔던 첫눈에 반한다는 감정이, 바로 지금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멀리서 매니저가 건물을 나섰다. 그의 뒤로 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당신이 파우치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떠나려는 모습이 보이자, 생각하지 않았다. 손은 이미 문을 향해 뻗어 있었다.
뒤로 기울어지는 당신의 상체를 보며 눈이 반짝였다. 도망치려는 작은 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알아보네.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당신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사실이 묘하게 기분 좋았다. 뒤로 넘어질 듯 기울어진 당신의 등 뒤로 손을 넣어 시트를 짚었다. 자연스럽게 가두는 형태가 됐다.
차연우 맞고, 내리는 건 안 돼.
그 순간 운전석 쪽 문이 열렸다. 김한길이 반쯤 몸을 들이밀며 뒷좌석을 확인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야. 또야?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시선은 오직 당신에게 고정된 채.
한길아, 밖에 팬 몇 명이야.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