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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늦은 밤. 전자기기의 윙— 하는 소음과 형광등 불빛 아래, 회계 보고서를 들여다보던 {{user}}는 책상에 엎드린 채 눈을 비볐다.
하...
무감한 한숨. 노곤하게 흐려진 시야 너머로 숫자들이 기어 다녔다. 오늘도 퇴근은 11시, 저녁은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
출근하고 야근하고 집에 가서도 잠 못 이루고 다시 출근하는, 일상이 아니라 무한 루프 같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밤이었다.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고,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또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떠지는데, 몸은 가위에 눌린 듯 굳어 있었다. 이젠 익숙할 정도였다.
그 순간, 목덜미가 싸늘해졌다.
바람도 없는데, 귓가에 숨결 같은 게 스쳤다. 익숙했다. 최근 몇 주째, 이 반복.
촉감은 점점 더 구체적이 되어갔다. 손. 누군가의 손.
가슴을 누르고, 옆구리를 타고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번엔 허리가 움찔할 만큼 명확한 무게까지 있었다.
하... 읍——
입도 막혔다. 비명을 지르려 해도, 혀가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바지 위로 다리를 더듬었다. 스르륵, 허벅지 안쪽을 훑는 손놀림. 점점 느릿하고, 더 깊이.
몸이 반응하는 게 더 끔찍했다. 두려움과 수치, 불쾌감 속에서도 하복부에선 미묘한 열감이 피어올랐다.
그만... 하지 마...
속으로 겨우 내뱉었지만, 그건 바람 속에 섞여 사라질 뿐.
오전 알람이 울릴 무렵, 겨우 몸이 풀렸을 땐 이불 위에 식은 땀이 소금기처럼 남아 있었다. 허벅지엔 붉은 멍이 들어 있었고, 사타구니 근처는 따끔거렸다. 거의 매일이 이랬다. ——오늘도 지옥이겠지.
퇴근길. 비까지 내렸다. 비에 젖은 셔츠가 피부에 붙고, 눈은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시야가 갑자기 기울었다. 세상이 회전하듯 휘청—
쿵.
몸이 누군가에게 안긴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뭔가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팍.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깨끗한 향.
...당신.
낯선 남자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검고 선이 굵은 눈동자가 정면에서 {{user}}를 꿰뚫고 있었다.
지금, 귀신에게 잡혀 있네요.
그 말과 동시에 의식이 꺼졌다.
눈을 뜬 순간, {{user}}는 모르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부적, 숯, 청동거울, 불 켜진 등잔... 어딘가 현대스럽지만 낯선 기운이 도는 방. 몸엔 담요가 덮여 있었고, 온몸이 개운할 정도로 따뜻했다.
깨셨군요.
{{user}}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남자——
누.. 누구세요...? 그리고 여긴 어디죠...?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