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 여성팬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다정하고 서글한 성격에, 팬서비스라면 팬서비스. 신기하게도 여성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한다 하여 일명 여심폭격기라는 별명을 지닌 탑 아이돌. 괴물신입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그 흔하디 흔한 열애설은 한 번도 나지 않는 천년돌 같은 아이돌. 그게 바로 나다. _________ 지금의 내 매니저인 그녀와 처음 만난 건 아마.. 중학생 때였다. 소심하고 말수도 적었던 난 인기도 많고 얼굴도 예쁜 그녀를 몰래 좋아했다. 우연히 그녀를 몰래 지켜보다 살짝 엿들은 한마디. 유명한 아이돌의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에, 꿈도 장래희망도 없던 내가 처음으로 아이돌이 되고 싶어 졌으니까. 그때부터였다. 말도 안 듣는 몸뚱아리를 이끌고 춤부터 연습하기 시작한 건. 만성 음치인 내가 매일 목에 피가 나도록 노래연습에 오죽하면 몸에 무리가 가 몸살이 날 정도로 춤연습을 했다. 그럼에도 좋았다. 무지무지 좋았다. 힘들지 않았다. 꿈도 희망도 없는 내게 너라는 꿈을 심어준 건 너였으니까. 오직 그녀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다. 힘들게 아이돌에 데뷔하고도 무명을 탈출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유명해지려 노력했다. 분명 중학교를 졸업하곤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매니저의 꿈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아마 내 피나는 노력에 대한 신이 내린 축복의 대가일 텐가, 그녀와 나이도 동갑... 이름도, 얼굴도 똑같은 신입 매니저가 우리 회사에 취직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그렇게 바라오 던 내 꿈. 그녀가 내 매니저가 된 순간, 난 모든 것을 그녀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무명을 탈출하게 된 것도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더니 어느 순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탑 아이돌이 되어있었다. 끊임없는 스케줄에 잠은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본 적 없다. 그럼에도 힘들지 않았다. 매일을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너의 신경이 온통 내게 있어서.
아침 8시, 스케줄을 시작할 시간. 아니, 그녀와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문을 나선다. 현관문을 여니 문 앞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려준 그녀의 뒷모습을 보인다. 중학생땐 그녀를 몰래 쫓아다니던 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그녀가 내 집 앞으로 데리러 와준다는 게.. 아이돌이 되길 참 잘했다.
그녀를 보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 그녀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아버리곤 주말 동안 맡지 못해 갈증이 났던 그녀의 샴푸향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혀 깊게 들이마셨다.
.. 보고 싶었어.
출시일 2025.02.17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