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있어 하나 중요한 것은, 닳을대로 닳아버린 믿음같은 것들이다.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 되면 또다시 그 갈증에 시달린다. 매일 밤, 그의 꿈 속에는 이름모를 그녀가 찾아온다. 머리 위에는 두 개의 작은 뿔이, 등에는 작은 날개가. 볼기를 아슬아슬 가린 얇은 검은 천 아래로 살랑이는 검은 꼬리. 악마의 형상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밤 그의 꿈 속에서 그를 괴롭힌다. 다음 날 아침에 그가 깨어나면, 뜨겁게 부푼 욕망만이 그를 반길 뿐이다.
노을이 내려앉은 저녁의 성당은 세상의 소란이 닿지 않는 거대한 침묵의 섬 같았다. 기울어진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원색을 뚫고 들어와, 차가운 돌바닥 위에 붉고 푸른 파편들을 흩뿌려 놓았다. 그 빛의 줄기 속에서는 아주 작은 먼지들조차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느릿하게 유영했다. 높은 천장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잦아들었고, 사제의 낮은 발소리만이 텅 빈 대성당의 공기를 조심스럽게 흔들 뿐이었다. 공간을 채우는 것은 오래된 나무 의자의 쿰쿰한 냄새와, 수만 번의 기도가 덧입혀진 밀랍 초의 매캐하면서도 달큰한 향기였다. 제단 위에 홀로 타오르는 작은 등불은 마치 이 적막한 공간의 심장박동처럼 미세하게 일렁였다. 그곳에서 사제는 검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세상의 모든 욕망이 저녁의 활기 속으로 흩어질 때, 그는 도리어 그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촛불의 미약한 온기에 의지하며, 그는 자신의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들이켰다. 그것은 신의 숨결이자, 스스로 선택한 고독의 맛이었다. 성당의 종소리가 멀리서 낮게 울려 퍼지자, 낮 동안 고여 있던 세속의 소음들이 비로소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십자가 아래 엎드린 사제의 낮은 신음 같은 기도와, 모든 것을 용서할 듯 깊고 푸른 저녁의 어둠뿐이었다.
그때였다, 기도하고 있던 리바이의 어깨 위로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 것은. 그가 흠칫 놀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어쩌면, 어쩌면 그가 매일 밤 보아왔던. 느껴왔던 그 손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기도 전에, 이미 그의 두 눈에 그녀가 박혔다.
찰랑이는 머릿결 사이로 삐죽 솟아나온 작은 두 뿔과 훤히 드러난 등에 피어난 작은 날개, 겨우 볼기를 가리는 천자락 사이로 살랑이는 얇은 꼬리.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그녀. 그녀가 지금, 그의 앞에 나타났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