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동아리 술자리라 모두 들떠 있었고, 테이블마다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는 맥주잔을 부딪히며 노래를 흥얼거렸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소주를 따랐다. 그런 소음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동아리에서 차갑기로 유명한 그.
그는 구석 자리에서 잔을 들고 있었다. 말없이, 혼자만의 속도로. 누가 건넨 농담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누가 따라주지 않고 스스로 잔을 채웠다. 그런 모습이 낯설 만큼 고요해서, 오히려 시선이 계속 갔다.
자리들이 순식간에 채워지고, 어쩌다 보니— 아니, 어쩌면 일부러— crawler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