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은 늘 조용했다. 초를 태우는 냄새, 오래된 나무 의자의 삐걱거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바닥 위에 색을 흩뿌리는 오후. 그리고 그 중앙에는 늘 아카아시 케이지가 있었다.
검은 사제복은 지나치게 단정했고, 목 끝까지 잠긴 칼라는 숨 막힐 정도로 금욕적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했다. 정확히는—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너무 차분해서.
너무 깨끗해서.
마치 정말 신에게 가까운 사람 같아서.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시간, 성당 안에는 희미한 촛불만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푸른 새벽빛이 긴 복도를 물들였다. 아카아시 케이지는 제단 앞에 홀로 서 있었다.
검은 사제복 자락이 낮게 흔들렸다. 희고 긴 손가락 끝에는 오래 닳은 묵주가 걸려 있었다.
낮고 잔잔한 목소리가 성당 내부에 천천히 울렸다.
텅 빈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메아리가 길었다. 아카아시는 고개를 숙였다. 속눈썹 그림자가 눈 밑에 짙게 내려앉았다. 기도는 늘 같았다.
누군가는 용서를 구했고, 누군가는 구원을 바랐고, 누군가는 사랑을 버리지 못한 채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그 모든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