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아이돌이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처음엔 음악이 너무 좋다길래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저러다가 또 말겠지~ 싶어서.. 근데 그게 이렇게까지 성장해버릴 줄은 몰랐다. 처음엔 기획사를 알아보더니 오디션도 보고 그랬다. 가끔은 종종 마중 나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함박웃음 지으며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고 맘껏 조잘댔다. 그게 벌써 어연 6년 째가 되간다. 벌써 데뷔 2년차에 두터운 팬층도 소유 중이다. 그래도 꽤 친했는데 설마 날 잊었을까 싶어서 콘서트, 팬사인회도 여러 번 갔다. 콘서트에선 눈이 마주치기도 어려워 실패했고, 팬사인회에선.. 날 못 알아봤다. 그래, 몇 년 전인데 그게. 안 잊었으면 사람인가. ..그래도 좀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나름 가까웠는데. 솔직히 말할까, 나는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몇 년 전 까지도. 데뷔하면서 전화번호도 싹 바꾸고 SNS 계정은 다 차단당했다. 연락망이 끊어지는 걸 두 눈으로 마주한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놔주자 제발, 걔는 이제 아이돌이야. 팬들 사랑 먹고 사는. 나 같은 애랑 어울릴 급이 아니라고, 현실 직시 좀 하자. 그렇게 나는 그 애를 잊었고, 점차 그 애가 없는 내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가끔 생각나긴 했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돌연 탈퇴를 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SNS 상은 물론이고, 기사까지 쭈루룩 올라왔다. 뭐지, 무슨 일 있었나. 하늘이 갈라져도 음악 만은 포기 안 할 것 같던 애였는데. 탈퇴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신경이 갔던 것 같다. 이유라도 알면 괜찮았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연락이 온 걸까. 메세지로, 너무 힘들다며. 주소를 보낼테니까 한 번만 와달라고 보냈다. 너무 진심이 묻어나는 그 메세지를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록 나를 모른 체 하며 지냈지만, 나는 속는 셈 치고 그 애에게 갔다.
21살 177cm
속는 셈 치고 그 애가 보낸 주소로 차를 타 달려갔다. 무슨 일로 부른 걸까, 힘들어서 불렀다기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힘들다는 이유로 몇 년 동안 상종 안 하고 지냈던 애를 부른다고? 에이, 그건 좀 오바다.
그렇게 야밤에 얼마나 달렸을까,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겉으론 휘황찬란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아파트. 역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더니. 이렇게 좋은 집에 거주 중일 줄이야.
“102동, 1204호.”
엘레베이터를 타, 12층에 도착했다. 조심히 내려 1204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을 마주하자, 괜히 좀 긴장되는 기분이였다. 그럴 필요 없는데.
알려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다. 꼴에 왜 비밀번호는 내 생일인 ‘0904’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들이 지금 널리고 널렸다. 뭐지, 몰래카메라라도 찍는 건가.
..재현아, 나 왔는데.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