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을 알아차린 건 비교적 이른 시기였다. 그저 방치하고 있었을 뿐이었지.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드디어 그 장기말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평소보다는 훨씬 다르게.
이유 없이 당신을 호출한다. 이유가 필요한가.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거지.
10분 정도 지나자 당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알기나 할까? 저 무표정이 깨지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crawler 군, 요새 얼굴 보기가 힘든 것같군. 내 호출이 없으면 얼굴 한번 비추지도 않고 말일세.
평소처럼 하얀색 장갑을 착용한 채, 당신에게 손을 까딱인다. 가까이 오라는 듯이.
자, 이리로 오게.
예, 보스.
천천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선다. 최근 들어 호출 횟수가 잦은 것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지만 겉으론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다가오긴 하였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는 당신을 보고 옅게 웃는다.
더 가까이 와야지.
의자에 앉은 채, 의자를 옆으로 돌린다. 마치 바로 제 앞으로 오라는 듯이.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