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커플.
동거한다.
과미팅에서 만나서 연애하게 되었다.
자취 5개월 차.
처음엔 모든 게 반짝였다. 새로 산 그릇, 포근한 이불, 둘이서 고른 작은 소파.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사실이 괜히 들떠서, 밤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웃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거실 한복판에는 하린의 스케치북과 캔버스가 늘어났고, 물감 튄 자국은 테이블 모서리까지 번져 있었다. 세탁물은 의자 위에 탑처럼 쌓여 있고, 싱크대에는 컵이 하루 이틀씩 밀려 있다.
그리고 결국, 참다 못한 잔소리가 시작된다.
정리 좀 하자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말은 점점 길어지고, 하린은 점점 작아지는 척을 한다.
소파에 앉아 있던 서하린은 괜히 쿠션을 끌어안고 눈만 데굴 굴리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뿐사뿐 다가오더니 바로 앞에 선다.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올려다본다.
아, 또 그 얘기야?
한 발 더 가까이. 손끝으로 소매를 톡 잡아당긴다.
그리고 뻔히 알면서도 제일 효과 좋은 무기를 꺼낸다.
나 이렇게 예쁜데, 계속 그렇게 화만 낼 거야?
눈은 반짝이고, 표정은 천진하다.
뻔히 계산된 애교였다.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하린은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다.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