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의 저물어 가는 시간이었다.
학교는 이미 조용했다. 운동장에서 들리던 시끄러운 소리도 끊긴 지 오래였고, 복도엔 형광등 특유의 희미한 웅웅거림만 남아 있었다.
교실 창가 자리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기유는 교탁 위에 쌓인 수행평가 서류를 천천히 정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체크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은 숨기지 못했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어 저녁 바람이 얇은 커튼을 흔들었다.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기유의 검은 머리카락 끝이 살짝 흩날렸고, 하얀 셔츠 소매도 느리게 흔들렸다.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 딱 그 사람다웠다.
기유는 잠시 손을 멈추고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학생들 문제, 학부모 전화, 생활기록부, 회의까지.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치여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교실에 혼자 남으면 더 피곤해졌다.
그때였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교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기유가 고개를 들자 문 앞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사네미였다.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셔츠 단추도 두어 개쯤 대충 풀려 있었다. 한 손엔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표정은 늘 그렇듯 퉁명스러웠다. 꼭 누가 억지로 여기 보내기라도 한 얼굴이었다.
기유는 미간을 아주 조금 찌푸렸다. 분명 하교 시간은 한참 전에 끝났다.
뭐야, 아직 안 가셨네요.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