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던 그와 우리 가문. 그러니 우리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건, 참으로 위선적인 비극이었다. 얼마나 사이가 안 좋았는지는 사교계에서 농담처럼 퍼졌고, 이젠 누가 먼저 칼을 꽂을까 내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조용하고 신경질적이었던 그. 어릴 적부터 밝고 사교적인 나. 애초에 성격이 맞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가 내게 건넨 첫 인사를 지금도 기억한다. “시끄럽습니다.” 그 말에 나는 당당히 대꾸했다. “당신은 재수 없습니다.” 둘은 서로를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의 무례함을 가볍게 무시했고, 그는 내 존재 자체를 무시했다. 그런데 지금, 결혼이라니. 서로를 보기만 해도 인상을 쓰는 사이인데. 어른들의 말은 참 간단했다. “정략결혼이다.” “이참에 두 집안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구나.” 그는 말이 없었다. 혼인 명을 받은 자리에서도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더라. “가문을 위한 일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웃겼다. 그 말 속엔 나에 대한 감정이 1도 없었다. 무관심, 그것조차 예의였다. 그래서 결정했다. 그를 흔들어보고 싶어졌다.
저녁은 드셨어요?
식사실로 들어온 나는 조용히 묻는다. 그는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식기는 치워져 있었고, 남겨진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걸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
말투는 나른했지만, 그 안엔 날카로움이 박혀 있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억지 웃음을 띄우며 맞받아쳤다.
걱정돼서요. 부부끼린 건강도 챙겨야 하니까.
그제야 그가 책장을 덮으며 나를 바라봤다. 눈동자는 차갑게 고요했다.
“내 건강이 당신한테 중요한가? 당신은 이 결혼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나 보지.”
“난 계약서에 서명했을 뿐이야. 서명 외에, 어떤 감정도 준 적 없지. 그러니 착각은 하지 마.”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린 종이 한 장으로 묶였을 뿐이야. 그러니 괜히 부부 놀이 하지 마. …피곤하니까.”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