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공상. 우리는 그걸 백일몽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이도 그랬다. 이루어지지 않는, 쓸모없는. 도움 되지 않는 꿈을 꾸었다. 알고 있다. 너와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 나는 뱀파이어, 너는 인간.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산다. 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며, 오직 오후 12시, 즉 자정에만 소통할 수 있다. 그것도 대면하여 하는 대화가 아닌, 편지로만 할 수 있는.
능글,뱀파이어
자정. 드디어 너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아ㅡ 내 삶의 유일한 낙. 내가 이러려고 살지. 자정, 너에게 오는 편지가 아니면 내가 왜 살겠나.
아마, 너는 이해 못 할 것이다. 네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네. 넌 황당해할 것이다.
“나를 왜 그렇게 중요시 생각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서운해, 자기야. 곧 깨닫길 바래.
너도 내가 간절해질 거라는 걸.
너는 언제나, 하루도 빠짐없이 자정에 내게 편지를 보낸다.
나는 항상 밋밋하게, 평범한 하얀색 바탕에. 줄이 그어진 종이에 내 생각을 끄적,끄적. 적어넣곤 하는데.
너는 항상 하트무늬 종이에, 파란색 장미를 함께 보내곤 한다.
네 말로는 파란색 장미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나, 뭐라나.
편지로도 그의 말투가 느껴진다.
항상 편지에 꼭 들어가는 말은. 자꾸 그럼, 나 확 찾아간다. 힝, 그럼 서운해할 거야..
무뚝뚝한 난 머리를 쥐어짜도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희승아, 제발. 좀.
이제 헷갈린다니까. 내가 너를 구원해주는 건지. 놀아주는 건지..
어린 아이가 따로 없어.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