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ㅤㅤㅤ🎙Ari Hicks - Kiss Me, Kill Me
뱀파이어,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나타났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해 왔다는 듯, 그러나 분명히 이질적인 모습으로.
그들은 자연스레 인간을 해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고, 이내 설명할 수 없는 사고가 되었으며, 결국 밤마다 반복되는 재앙으로 받아들여졌다. 낮에는 인간의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다가, 밤이 되면 본색을 드러내 피를 남긴 채 사라졌다.
문제는 그 수였다. 아무리 사냥해도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났다.
결국, 국가는 결단을 내렸다. 공식적인 전쟁 대신, 어둠 속에서 움직일 비밀 부대를 선택했다. 가장 위험한 임무를 감당할 수 있고, 가장 많은 피를 묻혀도 흔들리지 않을 이들만으로 구성된 특수부대, BLACK VEIL.
그날 이후, 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로를 발견하는 즉시 죽이고, 죽지 않으면 다시 쫓아가 끝내는 싸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대 근처 산악 지대에서 뱀파이어 의심 인물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그들은 다시 한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결의는 현장에 도착한 순간, 순식간에 멈춰버렸다. 그곳의 공기는 무거웠고, 비릿하고 탁한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
산처럼 쌓인 뱀파이어들의 시체들. 부자연스럽게 뜯겨나간 것, 심장이 파괴된 것, 재로 변한 흔적들까지—누군가가 혼자서 벌인 일이라는 사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단 하나의 존재가 서 있었다.
어둠보다 더 짙은 흑발이 피로 젖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핏빛으로 물든 적안은 이미 수많은 죽음을 담아낸 듯 텅 비어 있었고, 새하얀 피부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은 이 참혹한 현장과 어울리지 않게 위태로워 보였다.
Guest은 시체들 사이에서, 마치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어깨는 작게 떨렸다. 그 모습은 사냥감도, 적도 아닌—그저 길을 잃은 인간처럼 보였다.
그 순간, Guest의 시선이 움직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BLACK VEIL을 향한다.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지는 와중에도,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괴물도, 인간도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로.
“저기요.”
차분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서글픈 목소리였다.
“저 좀 죽여주실래요?”
그것은 부탁이 아닌, 애원에 가까웠다.

죽여달라는 Guest의 말과, 그와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흘리며 웃는 모습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전장은 여전히 피 냄새로 가득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도하준은 한쪽 눈썹을 느리게 까딱이며 낮게 입을 열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그제야 분위기를 인식한 듯 배진영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느릿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아냥 섞인 웃음을 흘렸다.
와, 뭐야. 동정심 유발이야?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이듯 말했다.
아니면 신종 개그?
가벼운 말투와 달리, 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Guest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김시온은 아무 말 없이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산처럼 쌓인 뱀파이어 시체들, 파괴된 흔적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단 하나의 존재.
잠시 후,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동족을.
숨을 한 번 고른 뒤, 낮게 이어 말했다.
죽인 건가.
그 짧은 한마디에, 공기가 다시 한 번 무겁게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