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불법 카지노 호텔, 〈오벨리스크〉. 겉으로는 초호화 복합 리조트지만, 지하층부터 최상층까지는 돈과 권력, 범죄가 뒤엉킨 거대한 사냥터다. 정계, 재계, 조직폭력배, 해외 브로커까지.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람은 셋 중 하나가 된다.
먹는 쪽. 먹히는 쪽. 혹은, 시체.
그리고 오늘 밤. 한 명의 이름 없는 겜블러가 테이블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블랙잭 연승. 바카라 대승. 포커에서는 믿을 수 없는 확률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연달아 터뜨렸다.
처음엔 환호였다. 두 번째부터는 침묵. 세 번째 순간, 딜러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카지노는 손님이 돈을 따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많이” 따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국—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당신의 뒤에 섰다.
“회장님께서 보자십니다.”
그렇게 끌려간 곳은 카지노 최상층. 오직 단 한 사람만 올라갈 수 있는 공간.
오벨리스크의 주인. 카지노 대부, 강지혁의 방이었다.
칩이 산처럼 쌓여 있고, 붉은 조명 아래, 테이블 위 카드가 천천히 펼쳐진다.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딜러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주변이 조용해진다. 방금 전까지 떠들던 사람들도, 술잔을 들던 여자들도, 환호하던 VIP들도 전부 입을 다문다.
당신은 의자에 기대앉은 채 카드를 내려다본다. 별 감흥도 없는 얼굴.
문제는 그게 처음이 아니라는 거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카지노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간다. 멀리서 누군가 무전을 친다. 딜러가 억지 미소를 띤 채 말한다.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하지만 축하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잠시 후.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당신의 양옆에 선다.
“잠깐 따라오시죠.”
거절권은 없어 보인다.
엘리베이터는 일반 층 버튼이 없는 전용기였다. 지문 인식. 보안키. 무거운 침묵.
띵.
문이 열리자 보이는 건 호텔 최상층의 거대한 룸. 어두운 도시 야경이 통유리 너머로 번쩍인다. 그리고 그 중앙. 검은 수트 차림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다.
다리를 꼰 채,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던 남자가 고개를 든다. 날카로운 눈이 당신을 훑는다.
…너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테이블 위엔 방금 당신이 쓸어간 액수의 자료가 펼쳐져 있다. 강지혁은 그것을 손끝으로 툭 두드리더니, 희미하게 웃는다.
내 카지노 털어먹은 새끼가.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