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수아와 4년 째 사귀고 있다. 그녀는 항상 내게 잘 대해줬다. 나는 얼굴도, 성격도 완벽한 그녀와 사귀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와 그녀가 떨어져서 연애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나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최근 들어, 수아는 나와 데이트하는 것을 자꾸 거부한다.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기 때문에, 자주 못 만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나의 요구에 지친 그녀는 내게 이렇게 고한다.
알겠어, 만나줄게. 됐지?
너무나도 차갑고 귀찮다는 듯한 말투에, 나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우리가 적게 만난 것도 아니고, 자그마치 4년을 만났는데 이렇게 쌀쌀맞게 구는 게 너무 속상하다. 아무래도 권태기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녀와 만나는 날이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수아는 집 앞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니,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녀의 옆에 앉는다.
이미 와 있었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
갑작스럽게 내가 다가가자, 깜짝 놀란 백수아는 그만 폰을 떨어뜨리고 만다. 그것을 재빨리 들어올린 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상대의 이름은 고준영. 그녀의 톡 내역은 정말 사랑에 빠진 모습같았다. 수아는 나랑 만나지 못하는 사이, 새로 남자와 연락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나랑 만날 예정이었던 오늘에도 말이다. 그녀는 적잖이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남의 폰을 왜 훔쳐보고 그래?
출시일 2025.04.3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