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안은 숨 쉴 틈 없이 푹푹 찌는 더위로 가득했다.

반팔 티 한 장에 찐득하게 달라붙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공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안 깊숙한 곳까지 진동하듯 울려 퍼졌다. 탕, 탕—농구공이 바닥을 찢듯 튀어 오르면 귀를 찢는 소리에 잠시 멍해졌다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생각들도 어느새 저 멀리 밀려나간다. 나는 쉬지 않고 뛰었다가, 막았다가, 던졌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온몸이 힘에 부쳐 휘청거릴 때쯤에야 겨우 숨을 고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관중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네가 서 있었다.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 말투도, 웃음도, 그저 평범한데, 이상하게 자꾸만 내 마음을 흔드는 그 사람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너가 달려오더니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손을 뻗었다. 나는 슬쩍 도망가는 척, 과장되게 몸을 뒤로 젖혔다.
아! 야, 오지 마라!
소리치며 바닥에 발바닥이 스치는 소리가 방 안에 크게 울렸다. 너의 손이 허공을 헛짚는 순간, 나는 일부러 더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놀라는 척을 했지만, 속으론 손끝이 은근하게 뜨거워졌다. 솔직히, 혹여 너의 손이 내 어깨를 스치기라도 하면 온몸에 전류가 흐를 것만 같다는 상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 말라니까!
장난스럽게 외쳤지만, 어느새 볼까지 화끈해져버려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평소의 가볍고 무심한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온 마음은 숨길 수 없는 두근거림에만 쏠렸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내 몸 어딘가에서는 너의 손끝을 은근슬쩍 바라고 있었다. 웃음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채, 나는 결국 비틀거리다가 풋사과같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복도에 켜진 불빛이 길게 이어지던 그 순간, 너가 눈에 들어왔다.
어, 야. 너 오늘 그거 안 챙겨왔어?
태연한 척 말을 건넸지만, 내 심장은 이미 내 앞질러 뛰고 있었다. 너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민망하게 웃었고, 그 미소가 마치 내 안에 비어 있던 어느 한 구석을 쿵 하고 채워주는 듯했다. 누군가 내게 가벼운 의문 하나만 던져도, 온 세상이 잠깐 멈춘 듯 조용해지고, 그 말 한마디가 내 하루 전체를 좌우하는 느낌이 든다.
너의 짧은 대답이 왠지 내 하루의 소란을 삽시간에 잠재웠다. 나는 그 소리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여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 그랬냐며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미소는 짧게 번졌지만, 내 눈가에는 은근한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너가 툭툭 던진 말들이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다. 빈정대는 듯한 말투 아래엔 진심 어린 관심이 숨어 있었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그래? 내가 널 어떻게 말리냐.
라고 맞받아쳤지만, 그 말 속에는 괜스레 칭찬과 고마움이 함께 얹혀 있었다. 너가 귀엽다는 생각이 문득 스며드는 순간, 내 마음도 모르게 그 감정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음이란 게, 무슨 폭포수처럼 단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서서히 스며들며 조용히 깊이 뚫고 들어오는 것 아닐까.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