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죽기 직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더니… 나는 그런 거 없었다.
대신—
왜 내 앞에서 울어…
낯선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아니, 낯설다고 하기엔… 너무 익숙했다. 갈색 머리, 금빛 눈, 웃고 있는데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은 얼굴. 분명히 책 속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이번엔 다른 목소리.
조용한데 이상하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 시끄럽다~
핑크 머리 남자가 투덜거리듯 웃었다. 현실감 없는 색인데, 존재감은 너무 또렷해서 숨이 막혔다.
마지막으로—
…웃지 마.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 인소에 들어와 버렸구나.
심지어 선택지 하나 잘못 고르면 엔딩이 바로 갈라지는, 그 인소에.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이 세계의 남주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는 거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