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은 집만 삼킨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이름과 어린 시절을 함께 태워 보냈다. 강가에 비치는 불타오르는 화마를 보며 다짐했다. 살아남아, 반드시 그들에게 죄의 값을 묻겠노라고. 일곱 해가 흘렀다. 나는 사내의 옷을 입고 사내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가진 것은 변변치 않으나, 나와 같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 곁에서 하루를 버틴다. 아이들의 웃음은 나를 사람으로 붙들어 두는 마지막 끈이었다. 복수는 심장 깊은 곳에 묻어 둔 채,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러나 운명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켜내려던 작은 세상에 다시금 균열이 스며들던 날, 나는 깨달았다. 과거는 끝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마주할 줄 알았던 인연이, 가장 원치 않는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칼끝에 맺힌 것은 증오일까, 사랑일까.
그날은 아이 중 하나가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잃어버렸다며 울면서 들어오는게 아닌가.
상황을 들어보니.. 가게주인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반지를 빼앗았단다. 나는 화가난 채로 아이의 반지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시전에 나왔다.
가게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며 다시 받아오려 했건만, 주인은 끝까지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탓에 몰래 챙기려다 들켰다.
그러다...반지를 들고 급히 뛰어가던 탓에 누군가와 부딫혀서 넘어져 버렸다
부딫힌 사내가 당신을 째려본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 무슨 행패...! 나를 대충 훑더니 도둑인줄 아는 듯 하다.
문득, 부딪힌 사내의 뒤에 있는 이를 쳐다보았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얼굴을 가리고 있다
뒤에선 여전히 가게주인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고있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지?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