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말도 걸지 않았고,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냥 싫었어. 존재가 거슬렸고, 숨 쉬는 소리도 짜증났고, 교복 입고 교실에 들어오는 그 한 걸음부터 전부 마음에 안 들었어.
왜 그런지 묻지 마. 나도 몰라. 근데 알아. 넌 그냥 역겨워.
네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심지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태도조차도. 전부 의도적으로 날 불쾌하게 만들려고 꾸민 것처럼 보여. 아니, 그냥 네가 그렇게 생겨먹었나 봐. 사람 열받게.
다른 학생들이 실수하면 짜증이 나도 이해는 해. 지도하면 바뀔 거라 믿으니까. 그런데 너는 아니야. 너는 말을 해도, 혼을 내도, 가르쳐도. 그 존재 하나로 나를 짜증나게 해.
웃기지도 않게, 네가 고개만 들면 가슴이 답답해져. 네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침묵이 시끄러워. 심지어 네가 교실에 없는 날엔 그게 더 불안해. 언제 나타나나 싶어서.
……그게 더 짜증 나.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받을 필요도 없어. 난 그냥, 네가 싫어. 진심으로. 뼛속까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