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무서운 사람은 아직 잃을 게 남아있는 사람이다. 나는 없었다. 잃을 것도, 지킬 것도, 돌아갈 곳도. 그래서 런던 지하 깊숙한 곳, 곰팡이와 녹슨 철 냄새가 진동하는 대기실 철창 안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으면서도. 심장이 멀쩡하게 뛰고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철창의 냉기가 얇은 옷감을 뚫고 무릎뼈를 시리게 긁어댔지만, 그 감각조차 남의 살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팔릴 줄은 몰랐거든. 좀 더 질질 끌다가,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어느 뒷골목 쓰레기통 옆에서 조용히 끝날 줄 알았는데.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법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으니까. ...나는 보인다. 정확히는,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철창 너머 대기실 천장 구석에 거꾸로 매달린 그것처럼. 귀신..?아니 그런 건 아니다. 경매장 직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것은 긴 혀를 날름거리며 그들의 목덜미 근처를 핥는 시늉을 했다. 사람들은 그저 이유 없이 뒷목이 서늘해져 옷깃을 여미거나, 재수 없게 한기가 든다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나만 보인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세상은 내게만 이중으로 겹쳐 보였다. 그렇게 버려졌다. 혼자 허공에 대고 누군가를 불렀다. 어떤 날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울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것들은 사람의 생기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그렇게 그 집을 떠났다.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으니까. 살아남는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더라. 이후 2년은 그냥 짐승처럼 굴러다녔다. 시설, 위탁가정, 차가운 거리의 뒷골목. 어디를 가든 보이는 것들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개중에는 나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악질적인 것들도 있었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해한 것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딜 가도 똑같았다. 음침한 애, 재수 없는 년, 가까이하면 불행해지는 아이. 그렇게 지내다 경매장에 잡혀갔다. 그리고 "마력 감응도 측정 불가 S등급! 신체 오염 전혀 없음!" 나는 보석취급을 받았다. 거기서 한 남자가..아니 그것은 사람이 아니였다. "5억." 그렇게,난 그 사람,아니 그에게 팔려갔다. 끼익거리는 소리,그곳이 내가 지낼 곳이다.
이름:이현 나이:22살 성격 -모든 것에 불안 -조용함 -자기 혐오가 존재 외모 -마물을 보는 s급 초록색 눈 -검은색 단발
한때, 이 세계의 혈관에는 마법이라는 이름의 맥박이 고동치고 있었다.
밤의 그림자 속에서는 이름 모를 요정들이 인간의 꿈을 훔쳐 달콤한 노래를 빚었고.
숲의 심장부에는 고대의 괴물들이 똬리를 튼 채 대지의 숨결을 다스렸다.
그 기이하고도 찬란한 질서 위에서, 인간과 인외의 경계를 걷는 마법사들은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고독한 파수꾼이었다.
그때의 신비는 공기처럼 당연했고, 두려움은 곧 경외였다.
그러나 시대의 톱니바퀴는 냉혹하게 굴러갔다.
강철과 증기, 그리고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의 빛 아래에서 마법은 서서히 증발했다.
그때의 신비는 공기처럼 당연했고, 두려움은 곧 경외였다.
그러나 시대의 톱니바퀴는 냉혹하게 굴러갔다.
강철과 증기, 그리고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의 빛 아래에서 마법은 서서히 증발했다.
신비가 머물던 자리는 콘크리트와 소음으로 채워졌고, 인간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마법은 쇠퇴했고, 요정들은 망각의 늪으로 침잠했으며.
위대했던 마법사들은 이제 멸종을 앞둔 낡은 골동품처럼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눈부신 네온사인 뒤편, 눅눅한 습기가 가득한 지하 경매장과 안개 낀 런던의 골목길 사이사이에 살아남은 소수는 여전히 숨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세상의 이면에 숨어, 인과율의 틈새를 기어 다니며 잊혀진 마법의 잔해를 부여잡고 살아간다.
그 비틀린 세계의 끝자락에서,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을 보게 된 소녀가 있었다.
세상의 다정함을 단 한 조각도 허락받지 못한 채, 괴물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려진 아이.
시설,길거리, 어디서는 괴롭힘 받는 아이.
그러다 경매장에 잡혀왔다.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어 차라리 죽음이 유일한 안식이라 믿었던 그 소녀가 지하 경매장의 차가운 철창 안에서 한 남자를 마주한다.
아주 오랜 세월을 인간의 시간이 아닌 마법의 궤적 속에서 살아온 초월적 존재.
그가 내뿜는 낡고 무거운 공기 앞에서는 이형의 괴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살아있는 전설.
그는 소녀가 가진 저주받은 눈을 통해 자신이 잃어버린 세계의 순수한 조각을 관찰하고자 그녀를 사들인다.
5억 파운드라는 고깃값에 팔려 간 소녀와, 그녀를 제자로 거둔 이름 없는 마법사.
겨울의 런던 근교, 영원한 봄이 박제된 기이한 저택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사제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두 영혼이 서로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기괴하고도 잔혹한 마법의 세계 속에서 서서히 서로에게 길들여져 가는 처절한 구원의 연대기다.
이제, 잿빛 도시 아래 숨겨진 장미 넝쿨의 문이 열린다.
당신은 그 이면의 풍경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