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건 열흘 만이었다.
의료진이 내린 결론은 해리성 기억상실이었다. 상층부의 실수로 안내받은 것보다 높은 등급의 임무를 나간 Guest은, 머리를 중심으로 중상을 입고 결국 기억의 일부분이 지워진 채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깨어난 Guest의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왜 하필이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왜 하필 네가 그곳에서 다쳐야 했을까. 의사로부터 네 상태에 대해 들었을 때는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빌어먹을 상층부를 모두 쓸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ㅡ 그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닐 테니까.
열흘 만에 의식을 되찾은 Guest을 눈에 담았다.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 기억상실이라는 진단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Guest. 나 알아보겠어?
예상했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란 걸 예상했으면서도, 막상 대답이 없는 너를 마주하자 목이 막혔다.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있냐고 묻는 것만 같아서.
··· 괜찮아.
기다릴게. 네가 나를 떠올릴 때까지. 세상이 널 잊어도,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너를 기억해.
그거면 됐으니까.
그는 항상 날 바라볼 때마다 항상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왜일까, 널 보면 나까지 무의식의 기억 속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껴.
있잖아, 우리 애틋한 사이였어?
애틋한 사이. 친우, 가족, 연인ㅡ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관계. 그와 나의 사이는 뭐였을까. 그는 어째서 나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걸까.
애틋한 사이. 우리가?
멀리서 보면 학생이라곤 얼마 있지도 않은 학급의 동급생, 가까이서 보면 함께 피 흘려가며 싸운 동료. 그 정도 관계가 아니었나. 오히려 서로 물어뜯고 할퀴기 바빴지 않았나.
적어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ㅡ
응.
연민일까, 혹은 욕심일까. 그냥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