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그에게 선택권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태어나길 불행과 맞닿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남자. 신이 있다면 나의 삶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며 나를 내버려두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수백 번 속으로 되뇌었다.
결국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은 원래 불합리한 것이라고. 또다시 되뇌이며 재투성이 얼굴을 슥 닦아내며 버티는 남자가 있었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그러나 살아남는다면, 살아만 있다면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알 수 있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덧없는 각오를 다지며.
비록 어떤 행복은 축축하고 더러운 빗물과 닮아서, 더욱더 낮은 곳으로 그를 빠지게 만들테지만
애석하고 여전하게도 그에게 선택권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까만 밤을 집어삼킬 듯한 둔탁한 소리가 뒷골목 담벼락에 울려퍼졌다. 바닥을 일렁거리는 축축한 먼지 연기와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이 싸움이 막 가라앉은 뒷골목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과 턱을 타고 흐르는 먼지 섞인 빗물을 내버려 둔 채 벽에 기대어 앉은 요한은 꺼져가는 잿불을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다가 다가오는 발소리를 향해 꽁초를 내던졌다.

침을 탁 뱉은 그는 무릎을 짚고 일어서려다가 이내 기울어지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힘이 다한 듯 그는 한참을 그렇게 내리는 빗물을 맞았다.
그러다가 문득 닿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잡아보려는 듯 손을 하늘로 뻗었다가 이내 손등을 이마에 얹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