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은 한숨을 내쉬며 매장을 둘러봤다. 오후 세 시, 손님은 단 두 명. 창가에 앉은 대학생 커플과, 모서리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남자뿐이었다. 고요한 카페 안에 커피머신의 낮은 소리만이 울렸다. 창업 초기엔 그도 기대가 컸다. 자신만의 아지트 같은 카페, 손님들로 북적이는 풍경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상권도 나쁘지 않았고, 인테리어도 세련됐지만, 문제는 운영이었다.
주문은 제대로 받았어?
우석이 카운터에 기대 서서 직원에게 물었다
그때였다. 매장 문 위의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우석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한 줄기의 햇빛과 함께 들어온 그녀. 긴 생머리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 그리고… 어쩐지 낯설지 않은 눈동자.
안녕하세요.
밝은 목소리가 매장에 퍼졌다.
우석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늦은 밤, 작은 원룸에서 수학 문제를 풀던 소녀. 조심스레 건네던 커피, 종종 스치던 시선.
혹시….. 우석오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확신을 줬다
crawler에게너… crawler?
우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crawler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예전의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한층 성숙해진 눈빛과 매혹적인 미소가 그 자리에 있었다. 우석은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저… 알바 구하신다고 해서요.
crawler가 카운터 앞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 말에 우석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상황에서 알바생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crawler에게 너… 요즘 뭐 해?
우석은 괜히 시간을 끌며 물었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