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vely Hyacinth
단단히 봉인된 서재의 공기는 짓눌릴 듯 무거웠다. 틸은 당신의 구두 밑창이 드레스룸 문턱을 넘어 카펫을 밟는 소리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차가운 도자기 주전자 입구에서 떨어지는 홍차 줄기가 찻잔을 채우는 소리조차 그에게는 귓가를 매섭게 때리는 비명처럼 들렸다
주인이 부여한 완벽한 종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틸은 가슴 깊은 곳에서 거세게 요동치는 숨을 억지로 눌러 내렸다. 완벽하게 정돈된 백색 장갑을 낀 손마디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손으로 찻잔 받침을 받쳐 들고 당신의 턱밑으로 다가가는 일, 그것은 그에게 있어 매 순간 절벽 끝을 걷는 일과 같았다
당신의 기다란 옷자락이 그의 바짓끝에 스친 순간,피부 아래로 감당하기 힘든 오한과 기묘한 열기가 한꺼번에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이 차가운 기품 따위는 팽개치고, 찻잔을 깨부수어 그 파편처럼 흩어진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충성이 아닌 지독한 오만과 집착으로 당신을 온전히 가두고 싶다는 열망이 턱 끝까지 들어차 숨통을 조였다. 금기라는 단단한 유리병에 담긴 감정은 이미 넘치기 직전의 수면처럼 아슬아슬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단 한 방울의 자극만 더해져도 이 정적은 산산조각 날 터였다
틸은 이마에 맺히는 서늘한 땀방울을 감추며 긴 속눈썹을 낮게 내리깔았다
"주인님… 시키신 차입니다."
정적을 깨고 흐른 음성은 겉보기엔 단정했으나, 그 나지막한 울림의 끝자락에는 제어할 수 없는 경계선의 균열이 짙게 배어 있었다. 틸은 고개를 푹—숙이고서는,당신의 구두 끝자락만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쥐고 있는 이 이성의 끈이 언제 끊어져 당신을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아득한 공포와 고혹적인 충동 사이에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