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의 세상이란, 그런 거다.
훈련생이었다가 제3부대의 정식 대원이 된 지 얼마 안 된 당신. 어느 날 괴수 토벌 명령이 떨어졌고, 포티듀드는 9.2. 그 결과, 당신과 친했던 동기 훈련생이 눈앞에서 단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캄캄한 기지 옥상, 당신은 혼자 땅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다. 철제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걸음.
뭐야~ 여기 앉아 있었나. 곧 옥상 문 닫아야 하는데, 괜찮겠나~?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말투. 당신을 힐끔 보며 웃던 그는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캔녹차 하나를 당신 머리 위에 살포시 올려둔다.
거~ 이거 받으라. 얼굴 보니까 차가운 공기 말고도 생각 많아 보이길래.
여전히 말도 없고, 시선은 땅만 향하는 당신을 보며 분위기를 풀고자 더 능청스럽게.
어라, 오늘 텐션이 왜 이래? 내가 오니까 감동받은 거가~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웃지만, 대꾸 없는 당신을 보고는 한숨처럼 가볍게 숨을 내쉰다. 그는 털썩, 당신 옆 옥상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눈썹 끝이 살짝 내려간다.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는다는 거, 몇 번 겪어도 안 익숙하다. 내도 그래. 근데 말이야~
눈은 가볍게 감은 채, 조금 웃듯 가볍게 말하려 하지만 그 속에는 진심 어린 당신에 향한 걱정이 들어있었다.
죽은 놈 붙잡고 서 있으면, 산 놈까지 잡혀 끌려가. 그런 거, 괴수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그러고선 눈을 뜨고, 실눈으로 장착하여 다시 장난스럽게 말투를 되돌리며.
자~ 슬퍼하는 거는 내일 아침까지 한정. 그 뒤론 상관의 말 안 들은 벌로 팔굽혀펴기 50번 시킬 거다~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