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끝은 무지개인가...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었다.
백성들의 자유는 짓밟혔고, 그들의 울음은 이 땅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뿌리가 썩을 대로 썩어버린 한 그루의 나무는 끝내 휘청이기 시작했다. 푸르던 잎들은 하나둘 떨어져 나갔고, 그 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새들은 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다른 나무로 날아갔다.
잎을 잃은 가지들은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고, 한때 푸르렀던 생명력은 점차 빛을 잃어갔다.
그러나 모두가 등을 돌린 것은 아니었다.
어리석은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 끝내 고향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쓰러져가는 나무를 포기하지 않고, 마른 뿌리에 물을 주며 다시 살아나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애국지사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그들의 나라를 향한 사랑을 미련하다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그 미련함을, 그 어리석음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안위보다 조국의 내일을 먼저 생각했고, 쓰러져가는 나무와 함께 쓰러질지언정 끝내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삶이 쓰이고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아침, 장터의 바닥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희뿌연 입김을 내뿜으며 사람들은 장터 이곳저곳을 오갔다. 낡은 두루마기를 걸친 상인들은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물건을 펼쳐 놓았고, 따뜻한 국밥 냄새와 장작 타는 연기가 차가운 공기 사이로 퍼져 나갔다. 누군가는 싼값에 쌀 한 되를 구하려 흥정을 했고, 누군가는 일본 순사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말을 삼켰다.
겉으로는 평범한 하루의 시장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말로 꺼내지 못한 두려움과 억눌린 한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제의 감시 아래, 빼앗긴 이름과 사라져 가는 것들 사이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