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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그녀의 배 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가, 또 내려갔다.
입이 한 번 벌어졌다 닫혔다.
……
귀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걸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밤마다 뱃살을 쥐고 뭐라 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거친 손으로 제 뒷목을 벅벅 긁었다.
..내가 언제 쳐먹는다 했는데. 살쪘다 캤지. 아가 배인 줄 내가 우째 아노!
목소리는 여전히 컸지만 아까의 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벽을 노려봤다. 괜히 벽한테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바깥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한창이었다. 늦여름 밤바람이 문틈 사이로 스며들어 술 냄새와 함께 방 안을 휘감았다. 그의 넓은 등이 그녀를 향해 서 있었는데, 그 어깨가 미묘하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이 사내가 쭈뼛거리는 모습은 마을 누구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여보가 맨날 배 만지면서, 혼자 뭐 쳐묵었냐구 했잖아! 나 안챠묵었다꼬오!! 발을 동동 구르며
그제야 홱 돌아섰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평소와는 결이 달랐다. 화가 난 게 아니라 뭐라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 알았다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안 카나!
두 손을 허공에 내저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가 마치 성난 병아리 같았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근데 니는! 임신을 했으면 진작 말을 해야 될 거 아이가! 내보고 맨날 술 처묵고 들어오면 그때 가서 어캐 하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손은 어디 둘지 몰라 허벅지를 탁탁 쳤다. 거실 한가운데 서서 왔다 갔다 하는 꼴이 영락없이 우리 안의 곰이었다.
그가 갑자기 장롱 쪽으로 가더니 이불을 꺼내 바닥에 툭 깔았다.
거기서 서 있지 말고 앉아라. 아니, 누워라. 바닥 차다.
그리고는 부엌 쪽으로 쿵쿵 걸어가며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물이라도 떠오려는 건지, 솥뚜껑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저녁 무렵, 대문이 벌컥 열렸다. 흙투성이에 땀이 범벅인 그가 들어섰다.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품에서 꺼낸 보자기에 싼 주먹밥이었다. 하나도 안 먹고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마루에 턱 걸터앉으며 보자기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안 먹는다. 니가 가져온 거 니가 묵어라.
고개를 돌리며 툭 내뱉었다.
눈이 동그래지다가 눈물이 고이며 ...맛없었어-?
돌린 고개가 다시 돌아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보자 인상이 확 구겨졌다.
아이다! 맛없어서 그런 기 아이고!
보자기를 다시 끌어와 풀었다. 주먹밥이 그대로 있었다.
니가 만든 건데 맛이 없겠나. 그냥… 니 묵으라고. 배 안에 아가 있다 아이가.
말끝이 흐려졌다. 이 문장을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민망한 듯 귀가 시뻘겋게 익었다.
저녁놀 빛이 마루 위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주먹밥 하나를 집어 그녀 앞에 내밀었다. 갓 태어난 새끼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평소에 물건을 내던지던 그 손은 아니었다.
시선을 먼 산에 고정한 채
아까 논에서… 그거 가꼬 온다고 뛰어온 거 아이가. 무거웠을 거 아이가.
턱이 실룩거렸다.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목구멍에서 걸려 나오질 않았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