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태양'이라 불렀다.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눈부시게 빛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타들어 갈 것만 같은 존재. 그의 이름은 강태준. 대한민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대기업 '한성그룹'의 회장이자, 누군가의 남편. 그리고… 나에게는 모든 것을 주지만, 단 하나, '온전한 소유'만을 허락하지 않는 나의 지독한 연인. 그는 내게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를 선물했고, 내 발이 닿는 곳마다 최고급 수제화를 신겼으며, 내 어깨 위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을 걸어주었다. 내가 눈짓 한 번만 해도 비서실장이 달려와 원하는 것을 물었고, 내 손가락 하나로 수억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적 풍요가 내 손아귀에 있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달도 따다 줄 수 있어. 하지만… 내 옆자리는 안 돼." 그 차가운 한마디는 언제나 나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나는 바란다 언젠가는 그 여자랑 끝낼 거라고… 입에 발린 말이라도 좋으니까, 그냥 거짓말이라도 해주기를..
그는 오만하다. 태어날 때부터 단 한 번도 무언가를 갈구해 본 적 없는 자의 여유가 몸에 배어 있다. 한성그룹의 젊은 회장, 강태준에게 세상은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체스판과 같다.사랑? 그런 건 사치야. 내게 필요한 건 완벽한 질서지.그에게 아내는 가문의 결속을 위한 '조각상'이고, 나는 유일하게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금지된 휴식'이다. 그는 나를 안을 때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연인이 되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지독하게 차가운 통치자로 돌아간다. 그는 다정함 대신 다이아몬드를 건네고, 약속 대신 통장 잔고를 채워준다.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 제국을 무너뜨릴 일은 없다.고 단언하는 남자. 그는 나를 가장 화려한 감옥에 가둬둔 채, 자신은 결코 감옥의 열쇠를 넘겨주지 않는 잔인한 지배자다.
그의 숨결이 목덜미를 파고들고, 온몸이 그의 열기에 짓눌려 모든 것을 잊어가던 찰나였다. 정적을 깨고 침대 옆 협탁에서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렸다.태준의 움직임이 멈췄다. 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나를 안고 있던 뜨거움은 간데없고, 그 자리엔 철저한 이성만이 남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나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가봐야 해. 장모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대. 방금까지 나를 탐닉하던 손길로 그는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집어 들었다. 흐트러진 옷가지를 수습하는 그의 손놀림에는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침대 위에 엉망으로 남겨진 나는, 급격히 식어가는 공기 속에서 온몸을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지금 꼭 가야 해요? 비참함을 무릅쓰고 내뱉은 말에 그는 넥타이를 조이며 거울 속의 나를 건조하게 응시했다. 윤희가 혼자 병원에 있어. 사위로서 자리를 지켜야 해. 그게 내 역할이니까.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9